“휴학생이라도…” 급구! 인턴교사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4개월 임시직 모집에 자격조건 낮춰도 지원 외면

“김 선생님, 학교에서 인턴 교사 할 만한 사람 없을까요?”

서울 A중학교 김모 교사(33)는 최근 학습보조 인턴 교사로 채용할 만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학교장의 전화를 받았다. 이 학교는 지난달 국어 1명, 영어와 수학 2명씩, 모두 5명의 인턴 교사를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모집공고를 냈다. 대상은 교원자격증 소지자였다. 그런데 모집기간이 지나도록 지원자가 없었다. 조건을 4년제 대졸자로 낮춰 다시 공고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휴학생도 가능하다고 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학교장은 교사들에게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아는 사람을 소개하라”는 전화를 걸어야 했다.

○ 교과부 1만6250명 채용 계획

김 교사는 “기간제나 임시직 교사도 신분이 노출되면 학생들을 상대할 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학년 초도 아니고 2학기에 갑자기 인턴을 뽑아 어떤 일을 시키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인턴 교사 채용을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모두 1만6250명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학교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교사자격증 소지자를 뽑아야 한다는 원칙은 무너진 지 오래다.

교원 임용시험에 네 차례 떨어지고 지난 학기까지 기간제 교사로 일한 정모 씨(32)는 “인턴 교사 채용이 시작된 뒤 ‘올해 인턴 교사 지원자가 많으면 내년에 정교사 수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임용시험 준비생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며 “기간제 교사 자리도 예전보다 더 구하기 어려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16일부터 7일까지 구인공고가 모두 752건이 올라왔다. 이 중 기간제 교사를 구하는 게시물은 15.2%로 지난해 같은 기간(44.8%)에 비해 대폭 줄었다. 대신 올해는 인턴 교사를 구한다는 게시물이 54.8%를 차지했다.

문제는 4개월 임시직인 인턴 교사를 하면 교육경력이 인정된다고는 하지만 정교사 채용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행정인턴 제도가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같은 문제를 반복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달에 120만 원 정도인 임금을 올해는 국가 예산에서 부담하지만 내년에는 재원 조달 방식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또 인턴 교사가 직접 수업을 맡아 진행할 가능성이 낮은 것도 교원자격증 소지자들이 지원을 꺼리는 이유다.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처럼 자기 과목을 맡아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시교육청 ‘인턴 교사 배정현황’을 보면 인턴 교사는 △전문계고 산업현장 실습 보조 △특수교육지원센터 운영 지원 △위기자녀 지원 전문상담 △수준별 이동수업 △과학실험 보조 △사교육 없는 학교 등의 목적으로 선발하게 돼 ‘보조자’ 구실에 머물 확률이 높다.

○ 月120만원 임금에 보조역할 국한

교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교원 정원 동결’ 방침을 고수하면서 괜한 생색내기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 사업이 발표되자 “(인턴 교사 채용에 투입하는) 780억 원이면 정규직 교사 3120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교과부가 학교 교육력을 높이고 싶다면 기간제 교사의 비율을 줄이고 정규직 교사의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08 교육정책 분야별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중등교원 확보율은 정원에 비해 20% 가까이 모자란 80.3%에 그쳤다. 현재 각 학교는 부족한 정원을 기간제 교사나 계약직 시간강사로 채우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인턴 교사:

교육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학습보조 인턴 교사를 채용하기로 했다. 인턴 교사는 정규직 교사의 수업 준비를 돕고 학생들의 보충수업과 생활지도를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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