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4개 계파 분열… 이틀간 100여명 이탈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농성자 갈수록 극단적 선택
“집단의 터널비전 오류” 지적

2일 쌍용자동차 노사 협상이 결렬된 뒤 농성장을 빠져나온 노조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협상이 결렬되면서 심리적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협상 결렬 뒤 3일 오후까지 이탈한 농성자는 103명. 경찰이 봉쇄를 시작한 지난달 20일 이후 이탈자가 40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경찰과 사측에 따르면 농성자들은 보름째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는가 하면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서서히 탈진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노조 집행부가 ‘끝까지 투쟁하면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해서 인내해 왔는데 이제는 매우 허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 노조 내 파벌 싸움 심해져

2일과 3일 이탈한 노조원들은 대부분 온건파에 속하는 조합원인 것으로 사측과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크게 4개 계파로 나뉘어 있다. 사측과 경찰은 “이번 이탈자들은 계파가 섞여 있지만 온건파가 가장 많이 빠져 나왔다”며 “협상 결렬 이후 이탈자가 늘어난 것은 파벌 간 다툼에 따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조 집행간부도 하나둘씩 농성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최성기 복지국장과 이태웅 총무2부장은 2일 오후에 각자 농성을 풀고 나왔다. 이들은 경찰에서 “협상이 결렬돼 희망도 없고 더 투쟁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자진 이탈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온건파로 분류된다. 한 간부는 굴뚝농성을 벌이다 6월 중순 공장을 나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 있다가 지난달 말 구속된 상태다. 경찰은 노사 협상이 결렬된 데는 노조의 계파 간 알력과 선명성 경쟁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사법처리 부담으로 속속 이탈

이탈자들은 “농성장에 남아 있는 노조원 중에 강경파는 ‘지금 농성을 풀고 항복하면 여태까지 버틴 게 뭐가 되느냐’며 끝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처리에 대한 부담도 이탈을 막는 요인 같다”고 전했다. 사측 관계자는 “농성 중인 직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단순 가담자는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고 알려줘도 믿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쌍용차 농성자들이 ‘집단 사고의 오류’에 빠져 있어 극단적인 대응을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동질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법을 논의하면 논의할수록 점점 더 극단적인 해결책을 찾게 되는 이른바 터널 비전 효과가 나타나는데 쌍용차 노조가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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