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中 전환 1학기… “학원 안다녀도 영어실력 쑥”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대원국제中 학교생활 살펴보니…

“외국을 다녀온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영어로 하는 수업이 겁났는데 선생님들이 쉬운 영어로 설명해주셔서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어요.” 대원국제중 1학년 전종혁 군(13)은 ‘영어로 하는 수업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국제중으로 전환한 대원중학교와 영훈중학교가 한 학기를 마쳤다. 국제중은 계획 초기단계부터 ‘귀족학교’ 논란에 휩싸였고 지난해 12월 탁구공 추첨 방식으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서류 전형과 면접을 통과한 학생들은 최종 추첨에서 탁구공 색깔 하나에 울고 웃었다.

○ 방과후 수업-자율학습 생활화

올 1학기 동안 전 군은 일주일에 사흘은 오후 10시경 귀가했다. 월 화 목요일에 방과후수업과 자율학습이 있었다. 아침 일찍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해 학교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친구도 많았다. 집이 먼 학생들은 등교하는 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국제중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원 의존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 군의 얘기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을 많이 다니던 전 군도 국제중에 입학한 뒤부터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전 군은 “학교가 늦게 끝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학교는 학원과 유사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저녁식사 후 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위주의 ‘트리플 A’반과 수학 과학 위주의 ‘에디슨’반을 짜 방과후수업을 진행한다. 수학 과학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고 국어 수업 시간에는 토론을 하거나 교과서에서 배우지 않는 문학이론을 배운다. 교과서는 일반 중학교 교과서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국제중 선생님들이 영어로 만든 교과서를 함께 썼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전 군은 주말에는 혼자 도서관에 가서 과학책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전 군은 “처음에는 늦게까지 남아서 자율학습을 하는 게 견디기 어려웠지만 다른 친구들도 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지금은 별로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한 학기 동안 가장 많이 변한 학습 습관’을 묻자 전 군은 “예전엔 학원 선생님과 부모님이 시키는 공부만 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전 군의 어머니 정수진 씨(40)는 “일반 중학교보다 학비가 훨씬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게 되면서 전체 교육비는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영어를 계속 쓰니까 학원 다닐 때보다 영어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학교는 한 달에 한 번씩 ‘스포츠 프라이데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이 야외로 나가 하루 동안 승마 수영 스쿼시를 즐기는 시간을 마련했다. 봄에는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를 견학하기도 했고 모의 유엔대회를 열기도 했다. 학교는 내년부터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스포츠 프라이데이를 매주 운영할 계획이다.

수학-과학수업은 영어로 진행
국어 교과서밖 문학이론 배워

○ “국제중은 외고 입시 디딤돌”

학교 운영자와 외부인의 시각도 전 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일형 대원중 교장은 “한 학기를 운영해 보니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 영어교육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강신일 대원중 교감은 “최종 선발 방식이 추첨이었기 때문에 학생 간 영어 능력에 차이가 큰 편이지만 영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영어 집중학습반으로 가 매주 8시간 이상 영어 보충수업을 받으며 새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국제중은 외국어고 입시를 위한 전(前) 단계”라며 “앞으로 외고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영어우수자 전형, 심층 면접이 도입되면 국제중 출신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내 첫 자립형 사립고로 내년 개교를 앞두고 있는 하나고도 입학사정관제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국제중 학생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임 이사는 전망했다.

임 이사는 “국제중의 많은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는 만큼 영어 능력과 흥미는 국제중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면서 “영어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과목이 뛰어난 학생도 많기 때문에 영어만 잘해서는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어능력-흥미, 학교선택 요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큰 변화

○ 내년 입학사정관제 도입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전학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대원중은 2명, 영훈중은 1명만이 전학 신청을 냈다. 내신 성적이 불리해질 것을 걱정해 전학한 학생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강 교감은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이라도 서로 공부하며 도움을 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전학생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대원국제중은 내년에 일반전형으로 88명, 특별전형으로 72명을 뽑기로 했다. 김 교장은 “내년에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단지 성적뿐만 아니라 특기, 인성 같은 다양한 측면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원국제중은 예술 체육 과학 수학 외국어 등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차세대 리더 전형’으로 10명을 뽑고 외국인 학생도 뽑을 계획이다. 김 교장은 “국제중 생활에 적응하려면 영어에 대한 관심과 기본적인 실력을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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