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땜질식 집수리’ 단점 없앤다

  • 입력 2009년 7월 21일 06시 45분


《인천 서구 검암동의 월세 단칸방에서 홀로 사는 A 씨(76)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불편한 게 많다. 화장실은 요즘 보기 드문 재래식이라 정기적으로 인분을 처리해야 한다. 나무기둥이 뒤엉킨 부엌 천장은 곧 내려앉을 것처럼 위험해 보인다. 방문과 부엌문도 덜컹거려 바꿔야 한다. 인천 남동구 고잔동 B 씨(71·여)의 집은 이보다 더하다. 흙벽돌 외벽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그의 집은 허물어지기 직전처럼 보인다. 집 전체를 뜯어 고쳐야 할 형편인 것이다. 》

화장실 부엌 방 등 한꺼번에 고쳐 빈곤층 주거환경개선

‘사랑의 집 시민協’ 29일 발족… “올해 700채 수리”
물품-현금 기증 창구 단일화… 실질적 도움주기로

인천시 조사 결과 이처럼 집수리가 당장 필요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엄두를 못내는 시민이 208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시 당국은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가끔 집수리를 해준다. 그러나 화장실, 부엌, 방 등 한 부분만 정해 ‘땜질식’으로 소모품만 지원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홀로 사는 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차상위 계층(신빈곤층)에게는 공식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인천지역에서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사랑의 집 고치기 사업’이 시민운동 차원으로 확대된다. 산발적이던 집수리 자원봉사활동과 집수리 대상자 선발을 체계화한다. 또 물품이나 현금을 기증하는 ‘창구’를 단일화해 집수리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 같은 활동에 나설 ‘사랑의 집 고치기 범시민협의회(사랑의 집 시민협의회)’가 29일 인천시청에서 발족된다.

이 협의회 산하 ‘집 고치기 선정위원회’는 A 씨나 B 씨와 같이 당장 집수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된 2084명의 집을 8월 초부터 방문해 수리 범위를 판정할 계획이다. 이어 9월 1∼20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각 동 주민센터에서 집수리 신청을 받는다. 그후 2차 조사와 선정 작업이 이어진다.

수리 범위는 다양하다. 먼저 건축허가가 필요한 신축, 대수선(증개축)이 이뤄진다. 인천지역에 공사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업체 두 곳이 여기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신축 또는 대수선 대상이 정해지면 건설업체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비용과 장비, 인원을 모두 대고 말끔히 공사를 마쳐주기로 했다.

생활불편을 해소하고 외관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물 일부 수선도 이뤄진다. 그동안 인천지역에서 집수리 자원봉사를 벌였던 1300명을 주축으로 봉사 일정이 정해지게 된다. 미장, 타일, 방수, 도색, 도배, 전기 등 다양한 기술 부문으로 나눠 봉사단이 꾸려진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설비건설협회, 보일러협회, 열관리시공협회, 건축사협회 등 인천지역 여러 기관이 참여하기로 했다.

집수리 기금 조성을 위한 기업인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50여 개 기업체에서 집수리를 위해 약 1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사랑의 집 시민협의회는 이런 기금을 활용해 올해 700채, 내년에 1400채를 수리해줄 계획이다. 기술이나 물품 지원은 자원봉사자의 자부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지회 김택승 기획관리실장은 “최근 2년간 30여 곳을 대상으로 집수리 봉사활동을 했는데 현장에 가보면 수리할 곳이 끝이 없을 정도”라며 “체계적인 전수조사 덕분에 여러 기술을 가진 회원사가 대거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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