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선고前 옥살이, 刑期에 전부 포함시켜야”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1분


헌재 “일부만 산입은 위헌”
檢 “재소자 형기 다시 계산”

구속된 피고인이 법원에서 형을 선고받기 전에 구치소에 갇혀 있던 기간(미결 구금일수)을 판사가 형기(刑期)에 임의로 일부만 산입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신모 씨가 판결 선고 전 구금 일수를 법관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형기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57조1항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06년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 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미결 구금일수 58일 가운데 28일, 상고심 재판부는 105일 가운데 100일만 형기에 포함시켜 신 씨는 실제 선고된 형기보다 35일을 더 복역했다.

헌재는 “구속의 목적은 형사소송 절차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며 피고인을 구속함으로써 소송 지연이나 상소의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은 구속 제도의 본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미결 구금은 신체의 자유라는 중요한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동흡 재판관은 “미결 구금은 수사, 재판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부득이한 강제처분”이라며 유일하게 합헌 의견을 냈다.

그동안 구속 피고인이 항소나 상고를 할 경우 법원은 형법 57조1항에 따라 일부 미결 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아 선고형량보다 실제 구금기간이 길어지는 사례가 있었다. 이 조항은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항소 또는 상고를 남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활용돼 왔다. 현재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항소가 기각되면 사안에 따라 미결 구금일수를 모두 형기에 산입하기도 하지만, 통상 수일∼10일을 삭감해 산입해왔다. 서울고법의 경우 관행적으로 10일을 삭감하고 있다.

이날 헌재의 결정이 나온 뒤 대검찰청은 전국 검찰청에 수용 중인 재소자에 대한 형기를 다시 계산해 필요한 경우 즉시 석방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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