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째깍째깍’ 비정규직법…파행 재촉하는 4대 요소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현행 비정규직법 개정 시한이 30일까지 불과 6일 남았다. 여야 정치권과 노동계는 지난주부터 5인 연석회의를 열고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석회의에 참여한 한나라당 조원진, 민주당 김재윤 의원 등 정치권은 이달 말까지 합의가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견해차가 워낙 큰 데다 비정규직을 둘러싼 정치·노동 상황도 유리하지 않아 쉽게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과 관련한 4가지 키포인트를 짚어봤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①최저임금 불씨- 勞 4800원 vs 經 3840원… 격차 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내년도 최저임금(올해는 시급 4000원)을 결정한다. 현재 시급 4800원(노동계)대 3840원(경영계)까지 좁혀졌지만 아직도 차가 큰 상황이다. 경제위기로 대폭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삭감 또는 소폭 인상으로 결정될 경우 이 또한 노동계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노동계가 최저임금 인상 등 ‘서민 생활 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하는 상황에서 투쟁 주체인 양대 노총이 비정규직법 개정에 합의하기는 시기상 곤란하다는 점이다.

②연석회의 삐걱- 양대노총 ‘한나라당 유예안’에 발끈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순순히 한나라당의 유예 안에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그동안 “정부의 기간 연장 안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더 확산시킬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기간 연장 안과 큰 차이가 없는 유예 안에 합의할 경우 스스로 ‘비정규직 확산’에 일조하게 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더욱이 어떤 모습으로든 이번 비정규직법 개정에 동참할 경우 이후 벌어지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부 여당을 공격하기가 어려워진다. 또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반발을 직접 받게 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이런 분위기의 영향인지 양대 노총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2년 사용기간 적용을 3년 동안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키로 한 데 대해 24일 성명을 내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법 시행 유예를 전제로 한 연석회의였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동계를 당리당략의 들러리로 삼으려 할 경우 이를 연석회의 중단 의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③無소신 노동부- 정치·노동계에 휘둘려 제 목소리 못내

비정규직법 개정이 표류하는 데는 주무 부처인 노동부의 소신 없는 자세도 한몫하고 있다. 개정안을 낸 노동부가 정부 안에 강한 소신을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로 정치권, 노동계 등 각 주체들에게 끌려가고 있는 것. 노동부는 3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어느 쪽 안이든 빨리 처리만 해줬으면’하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그동안 “법 개정이 안 되면 내달 1일부터 70여만 명의 기간제 근로자들이 해고위기에 처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동부의 대량해고 주장은 숫자 차이는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이 대량해고가 단기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기간에 따라 1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생한다는 점. 따라서 다음 달 초에 눈에 띄는 대량해고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실제와는 다르게 ‘양치기 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무부처인 노동부의 태도가 ‘묻지 마 빨리 처리’인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정치권과 노동계가 희생을 감수하고 합의를 도출하거나 개정안을 처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④정치권 갈등- 미디어법 연계… 민주당 협력 미지수

연석회의에서 합의가 어려울 경우 한나라당은 26, 29, 30일 중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쟁점법안인 미디어관계법도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을 한꺼번에 이달 안에 직권상정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한 회기 안에 두 번에 걸쳐 직권상정을 강행하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설사 연석회의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합의되더라도 민주당이 미디어법에 대한 약속 없이 개정안 처리에 협력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당의 단독국회 소집을 사실상 용인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연석회의의 한 축인 민주노총도 24일 ‘한나라당이 단독국회를 소집할 경우 전국 모든 간부가 참여하는 상경 투쟁에 돌입한다’는 내용의 투쟁지침을 산하 지부에 내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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