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를 입었다, 지구를 사랑하니까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왼쪽은 페트(PET)병을 재활용한 ‘에코프렌(ECOFREN)’ 섬유로 만든 티셔츠이고 가운데는 대나무에서 추출한 ‘대나무 섬유’로 만든 바지이다. 오른쪽은 친환경 소재인 옥수수 원사를 사용해 만든 여성 의류. 사진 제공 LG패션
왼쪽은 페트(PET)병을 재활용한 ‘에코프렌(ECOFREN)’ 섬유로 만든 티셔츠이고 가운데는 대나무에서 추출한 ‘대나무 섬유’로 만든 바지이다. 오른쪽은 친환경 소재인 옥수수 원사를 사용해 만든 여성 의류. 사진 제공 LG패션
《옷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의류 업체들은 ‘에코패션(Eco Fashion)’이라는 용어를 새로운 유행코드로 이끌어냈다. 섬유에서 실을 뽑아 옷감을 만들고 염색, 가공해서 판매하는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최대한 환경 친화적인 방법을 사용하자는 것. 합성섬유를 사용한 옷은 자연 상태에서 썩지 않고 쓰레기로 남는다. 반면 천연섬유는 땅에 묻었을 때 썩고 분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피부에 자극이 적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천연섬유의 해’이기도 하다.》

○ 옥수수 속옷… 쐐기풀 앞치마… 콩 실크

대나무와 유기농 면으로 만든 티셔츠, 옥수수로 만든 속옷,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골프바지, 쐐기풀로 만든 앞치마, 콩으로 만든 실크….

미국의 친환경 비영리단체인 오가닉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유기농 면의 세계 판매액은 2005년 5억8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4억4600만 달러로 3년간 7배가량으로 늘었다. 2010년에는 67억73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면은 목화 재배 단계부터 살충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파괴가 크다. 박명자 한양대 의류학과 교수는 “면을 생산하려면 목화를 재배할 때 살충제를 쓰고 가공, 표백, 염색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추가로 사용한다”며 “부드럽고 깨끗한 면제품을 생산하려면 더 많은 화학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친환경 의류에 대한 소비자운동이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고 기업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의류 업체들이 유기농 의류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국내 의류 업체들도 최근 들어 면과 모시, 마, 삼, 누에고치 등 전통 자연섬유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코코넛 열매 등 다양한 동식물에서 섬유를 뽑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 자연분해 빠르고 건강에도 도움

옥수수로 만든 섬유 ‘인지오’는 땅에 묻으면 90일 뒤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단백질 효소를 원단에 결합한 ‘단백질 바지’와 쐐기풀 원단을 사용한 앞치마도 시장에 나왔다. 대나무 섬유는 등산용 의류에서 자주 사용된다. 공기와 수분을 흡수하고 발산하는 게 빠르다. 코코넛 열매 껍질로 만든 ‘코코나섬유’는 항균, 자외선 차단 등의 효과가 우수하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에코프렌(ECOFREN)’ 섬유는 합성섬유를 새로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까지 유기농 섬유, 의류에 대한 규제 및 인증이 없다. 기업으로서는 친환경 마케팅 등의 이유로만 친환경 섬유를 사용한다. 유기농 면의 경우 일반 면과 육안으로 구분이 안돼 가짜가 진짜처럼 팔리기도 한다. 친환경 의류에 대한 개념도 명확하지 않다. 섬유에서 제품 가공 과정 중 어느 정도까지를 친환경 방식의 에코패션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 친환경 의류 개념-근거 마련을

김영수 코오롱스포츠 전무는 “지난해부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의류를 속속 출시하고 있고 더 늘릴 계획”이라며 “아직까지는 친환경 의류에 대한 관심이 낮아서 기업의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의류 소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쉽게 사서 입고 버리지 말고 개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해서 옷의 유통기간을 늘리자는 ‘슬로패션’ 운동도 등장했다. 여성환경연대 이보은 사무처장은 “의류 디자이너가 옷의 구김을 유행의 한 방법으로 살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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