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선택제 앞둔 서울 자치구 ‘학생유치 錢爭’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우수고 많아야 산다” 교육예산 작년보다 52%↑
서초구, 서울고 ‘학습관’ 건립에 70억 보태기도

《서울 서초구 서초3동 서울고는 내년 말까지 100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1만332m² 규모의 ‘학습관’을 짓는다. 건립비용 100억 원 중 70억 원은 서초구가 지원한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지하와 지상 1층은 주민 편의 시설로 활용되는데 다른 지역에 이만 한 규모의 주민 편의 시설을 만들려면 땅값만 100억 원이 넘게 든다”며 “학교와 주민들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서문여고의 정보관 건립을 위해 교문 앞 학교 소유의 땅을 36억 원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건립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포고의 체육관 건립비용 13억 원도 교육과학기술부가 특별교부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구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와 업무협약을 맺고 관내 모든 고교생에게 입시 정보 제공 및 수업료 할인 등의 혜택을 줄 방침이다. 서초구의 올해 교육 관련 예산은 91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61억4000만 원)보다 48.9%나 늘었다.

현 중학 3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학년도부터 희망 고교를 골라 지원할 수 있는 ‘고교선택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들 사이에 ‘교육 경쟁’이 치열하다.

○ 우수 학생 유치 아이디어 만발

20일 양천구 신정동 양천문화회관 대강당에서는 양천구 주최로 고교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대입설명회나 특수목적고 입시설명회가 아닌 일반계 고교 입시설명회는 이례적이다. 구내 14개 고교의 교장과 학부모와 학생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송파구도 6월 중 고교 입시설명회를 연다.

학원가가 발달하지 않은 일부 구들은 강남구 대치동이나 노원구 중계동과 같은 유명 학원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성북구는 길음뉴타운에 30∼40층 높이로 지어지는 주상복합건물 2동의 20%를 우수 학원 유치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랑구도 삼표연탄 용지에 건립 예정인 주상복합 건물에 2만6000m² 규모의 대형 학원가를 만들기로 했다.

마포구는 중3 성적이 상위 3% 이내인 학생이 관내 고교에 진학하면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장학금을 주는 ‘지역인재 육성 장학생’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는 9명에게 200만 원씩 1800만 원을 지원한다. 중구는 구내에 있는 동국대와 함께 지역연계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추진하기로 하고 19일 상호협력 협약을 맺었다.

학부모와 동문회도 ‘지역 명문고 만들기’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강동구는 고교와 재단, 동문들이 명문고 육성을 위해 재원을 공동 분담하는 ‘매칭펀드제’를 도입했다. 강동구청 정희진 교육지원과장은 “구내 명문고 육성을 위해 2011년까지 관내 11개 고교에 5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표심(票心)에는 교육이 최고”

각 지자체는 학부모가 가장 절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교육여건 개선으로 보고 있다. 교육여건이 어떠하냐가 구세(區勢)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단체장들은 유권자들에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서남권의 한 구청장은 “대부분 구청장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교육예산을 앞 다퉈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5개 자치구의 교육지원비용은 2007년 608억5900만 원에서 올해 1382억 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908억1000만 원)에 비해서는 52.2% 증가했다. 특히 매년 다른 구로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이사 가는 성동구는 지난해 25억 원에서 올해 76억 원으로 204.0%나 예산을 늘렸다. 도봉구(15억 원→40억 원), 강서구(21억 원→50억 원), 금천구(13억4000만 원→31억 원), 동작구(13억4000만 원→32억1000만 원) 등은 배 이상 늘렸다. 예산이 가장 많은 강남구는 올해 처음으로 교육지원비용이 200억 원을 넘었다.

목창수 서울시교육청 학교정책국장은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면 우수 고교가 얼마나 많으냐가 자치구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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