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 전교조 단체협약 내달부터 효력 상실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인사권-수업감독권 회복…교장 리더십, 학교 바꾼다

서울 A초등학교 B 교장은 6월을 기다리고 있다. 6월부터 교사들에게서 학습지도안을 받고, 공개수업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3년 전 부임한 B 교장은 그동안 연구학교 신청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교사들의 반대로 신청조차 못했다.

지난해 5월 해외연수를 떠나는 담임교사 1명을 대신해 다른 교사를 담임으로 임명하려다 곤욕을 치렀던 서울 C중학교 D 교장도 6월을 고대하고 있다. 당시 D 교장은 학기 중이어서 빨리 담임을 임명하려 했지만 학교인사자문위원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사전에 자문위원회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D 교장은 결국 자문위원회가 추천한 교사를 담임으로 앉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2개 교원노조와 서울시교육청이 2004년에 맺은 단체협약은 2008년까지 1년 단위로 매년 자동 갱신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은 교원노조에 일부 조항 해지를 요청했다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자 두 달 뒤 전면 해지를 통보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은 단체협약 해지 통보 후 6개월이 지나면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 단체협약은 6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교원의 복리 후생, 교육 정책, 인사 관련 사항까지 포괄했던 단체협약이 효력을 잃게 되면 학교장의 자율권이 커져 당장 학습지도안이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학습지도안은 교사가 수업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를 상세하게 준비해 놓는 문서로 단체협약 이전까지는 교장에게 결재를 받았다. 서울 E중학교 등에서는 이미 교사들이 학습지도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남형 서울잠실고 교감은 “과거의 획일적인 학습지도안이 아니라 젊은 교사들의 창의성과 개성이 담긴 지도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학교장이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자문위원회를 통한 인사권 제한도 사실상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학교장은 학급 담임 배정이나 보직교사 임명, 특정 교사의 전입 요청이나 전보 유예 등 인사 사항을 모두 자문위원회와 협의해야 했다. 명칭은 ‘자문기구’지만 실제로는 자문위원회가 인사안을 만들면 교장이 추인해야 했다. 유좌선 서울광남고 교장은 “교장의 인사권이 살아나면 학교장의 리더십에 따라 학교가 다양하게 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수업과 공개수업도 활성화되고, 학교장이 휴업일이나 방학 때 교사에게 당번 근무를 명령할 수 있게 된다. 2004년 단체협약 이후 교장이나 교감은 방학 때 학교에 나가 학교를 관리했지만 교사들은 출근하지 않아도 됐었다. 교사들의 근무상황을 점검하는 ‘근무상황 카드’도 등장할 수 있다. 한편 다음 달 26일과 29일에는 울산과 충북에서도 단체협약이 효력을 잃게 된다. 현재 강원 인천 경기 경북 등 10개 교육청이 전면 해지를 통보한 상태여서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이 무효가 되는 지역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은 일부 조항에 대해 부분 해지를 통보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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