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교습 제한’ 3인방 함께 거사, 곽승준 홀로 뭇매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9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곽승준 위원장과)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학원 규제에 대해 충분히 사전 협의를 했더라면 잘됐을 텐데…”라고 말했다. 학원 심야 교습 제한을 둘러싼 여권 내 혼선이 당정협의를 통해 일단락된 지 하루 만에 나온 말이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과 사전 교감이 없었음을 분명히 확인한 말이기도 하다.

‘전사(戰死)’까지 다짐하며 밀어붙인 학원 심야 교습 제한 방안이 백지화된 뒤에도 곽 위원장은 교과부와의 사전 협의가 수십 차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 역시 지난달 곽 위원장이 잇단 언론 인터뷰를 통해 총대를 메고 나서자 곽 위원장과 충분히 사전 협의를 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안 장관은 사전 협의를 부정했다.

국회에서는 학원 심야 교습 제한을 둘러싼 당정청 불협화음의 시발점이 ‘사교육 3인방’의 액션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곽 위원장이 의제를 띄우고,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입법을 담당하고, 이 차관이 정책 집행 과정을 조율한다는 역할 분담론이다. 안 장관의 발언은 이러한 의혹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안 장관과 기자들의 오찬에는 당초 이 차관도 배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인 일정을 이유로 돌연 불참했다. 18일 당정협의 현장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한 그는 당정협의가 끝난 뒤에도 회의 등을 이유로 언론 접촉을 피했다. 곽 위원장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반면 이 차관은 교과부 우산 속에서 비를 긋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정 의원은 딜레마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국회를 책임져 달라”는 곽 위원장의 요청을 받고 “총대를 멜 사람이 필요하냐. 내가 해 주겠다”며 ‘오후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법안 대표발의를 준비했던 그의 당내 모양새가 이상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최종 결론을 내는 18일 당정협의 자리에도 ‘개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일이 반대 의원들의 이름을 거명할 수는 없지만 지역구 사정 때문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 이해는 하지만 그 때문에 국가 주요 정책이 잘못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교과부 반(反)개혁의 승리”라고도 했다.

곽 위원장 주변에서는 그가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은 곽 위원장의 방안이 이명박 대통령의 뜻과 같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