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고맙습니다, 찾아오는 산부인과”

  • 입력 2009년 5월 19일 06시 40분


경남도 이동식 병원 인기

다른 지자체로 계속 확대

“정기 진찰로 아무 탈 없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저의 성의를 받아주세요.”

경남 하동군의 김모 씨(36·여)는 최근 경남도 저출산고령화대책과로 매실 진액 한 병을 보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그녀는 임신 초기부터 경남도의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이용해 네 번째 아이를 건강하게 순산했다. 과거에는 진주나 전남 광양의 산부인과를 이용해야만 했기에 불편이 컸다. 보호자와 함께 차를 타고 먼 길을 오가는 위험과 부담 때문. 김 씨는 “아이를 낳은 후 예방접종도 찾아가는 산부인과 버스에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뿐 아니다.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인 의령군의 아차야 씨(27·여) 역시 찾아가는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고 출산한 후 5개월 된 아이와 함께 최근 진료팀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차야 씨는 “산전 진찰은 물론 산후 관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지난해 봄 전국 처음으로 시작한 찾아가는 산부인과의 인기가 여전하다. 이 산부인과는 대형버스를 개조한 이동식 병원으로 시골 지역을 누비며 임산부를 돌보는 특수시책. 버스에는 의료장비와 함께 경남도 및 인구보건복지협회 경남도지회가 구성한 산부인과 전문의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6명이 동승한다.

지금까지 204회, 4124명의 임산부가 진료를 받았다. 일반가정의 임산부가 3265명, 다문화가정이 859명이다. 지역별 한 달 방문 횟수는 2, 3차례. 임신부를 대상으로 산전 기본검사 5종과 초음파 검사, 태아기형검사 등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304명이 사전에 간염과 당뇨 등의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를 받았다. 최근에는 함양과 의령, 고성군에서 70명을 상대로 진료가 이뤄졌다. 19일에는 하동군, 20일 합천군, 21일 산청군을 진료차량이 찾아간다.

임신부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10차례 안팎의 진료를 받는다. 경남도가 부담하는 임신부 1인당 진료비는 연간 50만 원 정도. 올해 진료 대상은 산부인과가 없는 6개 군, 1200여 명이다. 경남도 민정식 출산지원담당은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2007년 3월 의령군의 농촌마을로 시집을 왔던 베트남 임신부가 정기검진을 위해 진주의 한 병원을 다녀오다 교통사고로 숨진 이후 도입했다”며 “성공적인 정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일부에서는 “선심성 정책으로 산부인과의 경영난을 부추긴다. 버스 속 진료는 후진국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이 제도를 민원서비스 우수사례로 뽑았다. 지난해 모자보건평가대회에서는 경남도가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정책으로 채택해 올해 전남과 경북에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이 시책을 배우기 위해 전북과 강원 등지에서 견학도 하고 갔다. 경남도가 이용자를 상대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7%가 ‘좋다’고 답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