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 하이패스 구간 음주단속 ‘구멍’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차로 이용률 36%인데 단속건수는 고작 2.1%뿐

“단속하다 사고 위험”… 대형 음주사고 방치 우려

고속도로 요금을 자동으로 지불하게 한 고속도로 하이패스 구간에서 음주운전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음주운전 단속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금 등으로 요금을 내는 나들목의 일반차로 구간에서는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지만 하이패스 구간에서는 단속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경찰청이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하이패스 구간이 개통된 직후인 2008년부터 2009년 3월까지 전국 26개 고속도로의 나들목에서 실시한 음주운전 단속은 총 6949건이었지만 하이패스 구간에서의 단속은 147건으로 2.1%에 불과했다. 하이패스는 수도권 외곽순환고속도로 등에서 시범 운영되다가 2007년 12월부터 전면 개통됐다. 현재 총 2241개 나들목 구간 중 664개(28.7%)에 하이패스 구간이 운영되고 있으며 차량에 설치된 하이패스 단말기는 210만여 대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하이패스 이용률은 5월 현재 34∼36%. 출퇴근 시간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생기면서 하이패스 이용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하이패스 이용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음주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로 인해 고속도로 상에서 대형 음주 교통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이패스 차단기는 시속 160km까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이 속도를 낮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단속 경찰관들이 사고를 우려해 음주운전 단속을 꺼리는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행을 유도해가면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게 돼 있다. 하지만 경찰관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하이패스 구간에서 단속을 하라, 하지 말라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고속도로 순찰대 실정에 맞게 안전사고에 유의해 단속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반차로 구간과 하이패스 구간 음주운전 단속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실장은 “나들목 음주운전 단속에 있어 하이패스 이용자와 비이용자 간의 형평성 문제를 낳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속도로에서의 음주운전 단속이 나들목에 집중되어 있는데 휴게소나 나들목 진입로 등 속도가 낮고 차로가 적은 고속도로에서의 음주운전 단속을 늘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최근 3년간 고속도로 음주운전 단속 건수를 보면 총 2만2285건 가운데 나들목 1만9556건(87.7%), 도로 본선 2595건(11.6%), 휴게소 128건(5.7%), 간이정류장 6건(0.0%)으로 대부분의 음주운전 단속은 나들목에서 실시됐다.

한편 최근 3년간 고속도로 음주운전 단속은 2006년 6655건, 2007년 7742건, 2008년 6742건, 2009년 3월까지 1146건이었다. 노선별로는 경부선 4343건, 서울외곽선 3135건, 영동선 2189건, 중앙선 2176건, 남해선 1479건, 호남선 1340건, 남해제1지선 997건, 제2경인선 985건 등 순이었고 고창∼담양선이 2건으로 가장 적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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