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체력평가시스템 시작부터 ‘삐걱’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일부 고가 장비업체 리베이트 등 로비 의혹

이권 다툼에 학생 운동처방 취지 퇴색 우려

학생건강체력평가제(PAPS)가 일부 장비업체의 과도한 로비 탓에 당초 취지가 퇴색될 위기를 맞고 있다.

PAPS는 교육과학기술부가 2년간 시범 기간을 거쳐 올해 초등학교(4∼6학년)에 도입한 첨단 체력관리 시스템. 내년엔 중학교에, 2011년엔 고등학교에 도입된다.

문제는 일부 항목 측정에 고가 장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한 대에 300만∼500만 원 하는 체지방 측정기를 사 주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학교 측에 제공하는 사례에 대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시범 운영 때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도 “원래 대당 1000만 원이 넘는 것을 절반 가격으로 만들어 팔고 있어 데이터 신뢰도에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최근 이와 관련된 민원이 제기되자 14일 열린 시도교육청 학생건강안전과 회의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받으면 일벌백계할 것이며 학교 내에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이 참여하는 제품선정위원회를 통해 투명하게 장비를 구입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장비 선택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는 데다 지연과 학연 등을 총동원하는 로비가 나타나고 있어 교과부로선 속수무책인 상태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조달청 등록 제품 등 공인된 것을 구입하라는 가이드라인은 제시하고 있지만 강요는 하지 못한다. 결국 학교장이 도덕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시도교육청은 ‘체지방 측정기를 우선 구매하라’는 공문을 학교로 보내 교과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사실 체지방 측정기는 여러 평가 요소 중 비만도를 알아보는 장비일 뿐 건강 체력과는 큰 상관이 없다. 건강 체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심장박동을 측정해 심폐지구력을 잴 수 있는 장비와 악력 검사를 통한 근력·근지구력 측정 기계 등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체지방 측정기가 고가이다 보니 이를 구입한 학교는 다른 장비 구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조사 중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특정 장비업체의 무분별한 로비로 PAPS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PAPS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PAPS(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란?

학생들의 비만과 체력 저하를 방지하고자 개발된 건강 체력 관리 프로그램. 종전의 체력 검사 대신에 건강 체력 위주로 다면평가해 운동 처방까지 제공한다. 필수 평가 5개 항목(심폐지구력, 유연성, 근력·지구력, 순발력, 체지방)과 선택 평가 4개 항목(비만, 정밀심폐지구력, 자세 평가, 자기신체평가서 작성)으로 나뉘며 측정 결과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연계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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