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스승의 날 ‘고민의 날’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7분


스승의 날 문을 굳게 잠근 학교. 연합뉴스
스승의 날 문을 굳게 잠근 학교. 연합뉴스
“선물은 뭘로?… 안받는다고 정말 안했다간?…” 엄마의 딜레마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머리가 아파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둔 엄마들은 고민이다. 아이를 학교에 맡기는 부모로선 선생님에게 꽃 한 송이라도 보내 성의 표시를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지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다른 엄마들은 어떤 선물을 하는지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주부 정모 씨(38·서울 송파구 송파동)는 “선물이 ‘촌지’로 둔갑하는 일도 간혹 발생하다 보니 케이크나 카네이션 바구니만 보내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예전엔 화장품, 스카프, 양산, 상품권 같은 실용적인 물건을 주로 선물했지만 요즘엔 그것도 조심스러워 직접 만든 선물을 준비한다고. 올해 정 씨가 준비한 선물은 국내산 오미자를 다려 만든 오미자차. 지난해엔 유기농 배추로 담근 김치를 선물했었다.

정 씨는 “괜한 오해를 사진 않을까 해서 스승의 날엔 아이 편에 꽃다발만 전달하고 ‘진짜 선물’은 4월 말이나 6월 초에 학교에 찾아가 직접 드린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전후해 ‘선물 금지’ ‘학교 왕래 금지’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학교도 적지 않다. 문제는 엄마들의 걱정. ‘혹시 선물을 안 했다가 우리 아이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하고 우려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주부 박모 씨(33·서울 강남구 개포동)는 “학교에선 5월 초부터 ‘학부모 출입을 삼가 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내거나 엄마들의 청소, 급식 도우미 활동을 금지하기 때문에 선생님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면서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초등학교 고학년 엄마들은 평소 상담차 학교에 들를 때 과자세트, 빵, 음료수, 과일 등을 잊지 않고 준비해 간다”고 말했다.

선생님에게 선물을 할 때도 주의사항이 있다고 한다. △선생님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고가의 선물은 피할 것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자녀 상담을 목적으로 학교를 방문했을 때 자연스럽게 선물을 건넬 것 △차(茶)나 다기세트처럼 선생님이 평소 자주 받는 선물이나 화장품, 향수 같은 기호품은 되도록 피할 것 △마음을 담은 편지를 선물 안에 꼭 포함시킬 것 등이다.

박 씨는 “마음을 담은 선물을 촌지로 보는 잘못된 풍토 때문에 엄마들은 오히려 1년 365일 선생님 선물을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스승의 날을 처음 겪는 초보 엄마들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번개 모임’을 갖기도 한다. 빵 한 조각이라도 학부모의 선물이라면 일절 받지 않는 선생님인지, 이 학교에 오기 전엔 어느 지역에서 근무했는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 담임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주변 엄마들로부터 사전에 입수하면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엄마 박모 씨(41·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선물을 절대 받지 않는 선생님에게 부적절한 선물을 했다간 오히려 역효과만 부를 수 있다”면서 “선생님에 대한 사전 정보 입수를 위해 학부모 총회나 대청소처럼 평소 학교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고 말했다.

올해 스승의 날을 박 씨는 조용히 넘길 참이다. ‘선물은 절대 받지 않습니다’라는 담임선생님의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이런 경우엔 책 50권을 학급문고에 기증하는 식의 우회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어떤 엄마가 말하더라고요. 여름방학 전 학교에 찾아가 반 전체 학생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릴까 생각 중이에요.”(박 씨)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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