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전라남도]강진청자의 비색 세계인의 눈 사로잡는다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내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회 열려
8개국 9개 도시에서 릴레이 전시…지구촌 관심 집중

천년 비색을 간직한 강진청자가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9∼14세기 500년 넘게 고려청자 생산지로 이름 높았던 강진은 옛 영화를 되살리기 위해 국내 유일의 관요(官窯)를 운영하는 등 30년 넘게 청자재현사업을 이어 오고 있다.

○ 2009년은 청자 세계화의 원년

12일 오후 6시 반(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메티아 아트’에서는 ‘강진청자 파리전시회’ 개막행사가 열린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조일환 주프랑스 대사, 장충식 단국대 명예총장과 현지 교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할 이 행사에서 “올해는 강진청자 세계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황 군수는 “2006년 파리 유네스코 본부 및 리모주 시청에서 열린 강진청자 특별전이 강진 청자 세계화의 기폭제가 됐다”며 “세계적 예술의 중심인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가 올해 유럽순회전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유럽순회전에는 기린형향로(국보 74호), 원숭이형연적(국보 270호), 거북형주자(국보 96호), 복숭아형연적(보물 1025호) 등 강진도공들의 뛰어난 조각기술과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50여 점이 선보인다. 국보 220호를 재현해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국빈 선물용으로 증정돼 화제를 모은 ‘청자상감운학국화문합(靑瓷象嵌雲鶴菊花紋盒)’도 다시 전시된다.

유럽 8개국 9개 도시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열리는 이번 순회전에서는 국보급 위주의 재현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또한 강진의 도공들이 현지에 나가 △물레를 이용한 성형작업 △성형된 작품에 조각 △조각한 작품에 상감(자토 백토를 바르고 벗겨내는 작업) 등 단계별 청자제작 과정과 중간 시제품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달 27일부터 6일까지 열린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 동양문화박물관에서 전시회가 열려 평소보다 2배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이 박물관 마스텔로니 관장은 “이번 전시회는 한국의 매력을 이탈리아인에게 소개하는 좋은 자리가 됐다”면서 “아름다운 선과 신비로운 녹색은 환상적”이라고 극찬했다.

강진청자의 세계 나들이는 2006년 파리 전시회로 첫 출발선을 넘었다. 이어 2007년 도쿄(東京) 나고야(名古屋)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등 일본 6개 도시 순회전과 지난해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을 비롯해 뉴욕 애틀랜타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6개 도시 순회전으로 규모를 더욱 키워 왔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전시 때는 예정에 없이 폴 테일러 박물관장이 강진청자의 영구 전시를 요청해 고려청자 4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 ‘강진 고려청자 문화특구’ 지정으로 제2 중흥기

정부는 1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주재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17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에서 강진군 대구면 사당 수동리 일대 30만56m²의 터를 ‘강진고려청자문화특구’로 신규 지정했다. 이로써 천년의 맥을 이어온 강진청자가 고려시대 이후 제2의 중흥기를 이룰 기본 여건을 갖추게 됐다.

강진 고려청자 문화특구에는 2011년까지 국비 225억 원을 포함해 509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고려청자 클러스터 조성사업(402억 원), 청자도시 이미지 구축 및 지원사업(63억 원), 청자체험교육 및 관광 홍보사업(44억 원) 등이 주요 사업이다. 고려청자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이미 조성된 청자박물관 도예문화원 도요지 청자촌 등을 중심으로 이 지역을 청자산업 관광의 거점으로 활용하게 된다.

청자 도시 이미지 구축 및 지원사업은 50여 개인공방으로 구성된 청자촌을 조성하고, 이곳에서 제작 판매되는 청자 브랜드를 통합한다. 또 도로표지판 가로등 안내판 버스승강장 등 가로 시설물 설치와 각종 조경공사에도 청자촌에서 제작된 제품을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 흙을 재료로 한 설비자재 실내마감자재 건축외벽 지붕재료 개발 등 ‘건축도자’ 분야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화목가마 설치 및 디자인 개발 등 제반 운영비용을 지원하는 개인 요업체 활성화사업도 추진한다. 또 도예학교를 상설 운영해 해외작가 교류와 어린이 도예학교 개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청자제작 체험 교육을 도모한다. 관광 홍보사업을 통해서는 생활자기 예술품의 판매 증진, ‘청자 인터넷 쇼핑몰’을 구축하고 해외홍보 및 전시행사, 판매장 구축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청자 문화특구가 조성되는 2011년에는 목표 관광객수 230만 명을 달성해 줄잡아 450억 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구 지정은 2007년부터 계속돼 온 군 차원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이번 기회에 산학연 공동연구개발 기반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자산업을 지역의 신활력 성장동력으로 활용해 인구 유출 방지와 소득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금식 청자박물관장은 “이번 특구 지정을 계기로 천년을 이어 온 선열들의 숭고한 예술혼이 체계적으로 계승 발전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진=김권 기자 goqud@donga.com

▼‘주식회사 강진군’ 황주홍 군수▼
“CEO마인드로 행정… 명품청자 세계화 이루겠다”

황주홍 강진군수(사진)는 ‘주식회사 강진군’의 최고경영자(CEO)를 자처한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는 드물게 대학교수(건국대·정치학박사)를 지내 학자적 풍모가 느껴지지만 그의 ‘도전의 길’을 돌아보면 CEO에 더 가깝다는 세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난해 강진군 공무원 600여 명이 판 쌀 23만4110포대는 군 전체 쌀 생산량의 8% 수준이다. 매출액으로 따져 95억5800만 원으로 1인당 1600만 원어치를 판셈이다. 공무원들이 주도하는 ‘강진쌀 평생고객’ 확보 사업으로 해마다 20% 이상의 매출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에 강진 쌀 전문사이트(www.gangjinssal.co.kr)를 열었고, 최근에는 고려청자 발상지와 넉넉한 인심을 담은 고품질 강진쌀 브랜드를 새로 띄우기 위해 전국을 대상으로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2005년 황 군수의 주도로 출범한 강진군민재단은 해마다 20억 원 안팎의 장학금을 모아 지난달 현재 모금액이 113억 원을 넘어섰다. 액수도 액수지만 인구 4만 명 수준의 군 지역에서 시골 노인들을 중심으로 한 10만 원 미만의 소액 기부자가 60%에 육박하는 점도 놀랍다. 그 성과도 기적에 가깝게 나타났다. 2005학년도 12명이던 수도권 대학 진학자는 올해 33명으로 늘었고, 정원을 채우는 데 급급했던 강진고는 이제 성적순으로 신입생을 뽑게 됐다.

강진군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드물게 팀제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13개 실과 56담당(계)을 1실 25개 팀으로 개편해 결재라인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다. 스포츠기획팀(11명)은 전국을 무대로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 지난해 487개 전지훈련팀과 21개 전국 대회를 유치해 400억 원을 벌어들였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해 지난해 ‘대국대과(大局大課)주의’ 조직개편 때도 예외적으로 강진군은 팀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최근 ‘저녁 6시 이후가 선진화돼야 한다’는 한 기고문을 통해 “먹고 마시는 친목 접대모임에 여유시간을 탕진하는 한 한국에서는 절대 노벨상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강진청자의 세계화와 명품화를 향해 당찬 발걸음을 내딛는 그에게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진=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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