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태양광 에너지 이용’ 날개 단다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서울시-건국대, 獨 프라운호퍼 연구소 유치… 8일 문열어

독일 서남부에 있는 인구 20만 명의 중소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의 환경 수도’로 유명하다. 고층빌딩에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면 건물 옥상마다 태양전지판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도시는 연간 사용 에너지의 3%를 태양에서 얻는다. 프라이부르크가 이처럼 ‘태양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이 도시에 있는 프라운호퍼 태양광에너지연구소(Fraunhofer ISE)가 큰 구실을 했다.

태양광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서울에 차세대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연구소를 개설한다. 서울시와 건국대는 30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함께 8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내 미래에너지관에서 ‘건국대-프라운호퍼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소’ 개소식을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오명 건국대 총장, 아이케 베버 프라운호퍼 연구소 소장 등이 참석한다.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서울에 자리를 잡음에 따라 프라이부르크와 같은 ‘친환경 도시’를 향한 서울시의 구상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인력 수십명 서울서 교대근무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지난해 5월 서울시와 맺은 ‘에너지 협력 협약’에 따라 이미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2010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안에 세워지는 에너지자립형 건물인 ‘에너지제로하우스’의 설계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에너지 절감형으로 지어지는 서울시 신청사 설계에도 힘을 보탰다.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 행사의 자문도 맡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소 유치는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태양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건물 옥상이나 공터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층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에는 충분한 공간이 없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태양광 에너지 분야의 전문 인력 수십 명을 교대로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소’에 보내 복합나노 태양전지나 플렉서블(Flexible) 태양전지 같은 차세대 태양전지의 원천기술을 개발한다. 예를 들어 건물의 외벽이나 창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차세대 태양전지가 개발되면 건물 곳곳에 태양전지를 설치한 에너지 절약형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 따로 태양전지판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디자인을 해칠 필요도 없다. 건국대 분자첨단기술연구소 산하 전문 인력들이 연구에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국내 인재 육성에도 도움이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동진쎄미켑과 코오롱, 코오롱 글로텍, 코오롱 건설, 이건창호, SNU-precision 등 6개 민간 기업이 참여해 연구소에서 생산한 연구 성과를 곧바로 상용화하게 된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5년간 125억 원을 지원하는 대신 공동연구를 통해 발생하는 모든 지식재산권의 20%를 갖는다.

건국대 임찬 교수(화학과)는 “서울시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절반가량 된다”며 “차세대 태양전지 원천 기술이 개발돼 앞으로 지어질 건물이나 리모델링하는 건물에 쓰이게 된다면 에너지 절감을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는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산학연 협력 적극 지원

이번 프라운호퍼 연구소 서울 유치는 서울시가 몇 해 전부터 추진해온 세계유수 연구소 유치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시는 지난해 11월 생명정보 기술로 유명한 미국 바텔연구소를 고려대에 유치하는 데 60억 원을 지원했고, 올해 1월에는 일본 리켄 연구소의 한양대 유치에 54억 원을 지원했다. 올해 6월에는 정보통신 분야에 세계적 권위를 가진 미국 벨연구소의 고려대 유치에 총 2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 대신 공동 연구에서 발생한 지식재산권의 20∼30%의 지분을 받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계적인 연구소를 대학과 함께 유치해 연구 성과를 내면 기업 수익 증가와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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