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바이러스 특이체질’

  • 입력 2009년 4월 29일 03시 02분


사람-조류-돼지 바이러스

모두 결합해 변종 만들어

인체 감염 가능성 높아

멕시코에서 발생한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과거 조류인플루엔자(AI)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AI는 2005년 처음 환자가 발생해 2년간 약 140명이 걸렸으며 7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돼지인플루엔자는 불과 며칠 만에 환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해 지금까지 150명 넘게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이번에 발생한 바이러스가 돼지와 조류, 사람 바이러스가 섞여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돼지는 조류보다 변종 바이러스를 더 잘 만든다. AI와 사람이 걸리는 일반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모두 결합할 수 있는 기관지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돼지와 조류,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함께 돼지 기관지에 들어와 유전자가 서로 혼합되면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세 가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섞이면서 인체 감염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 서울대 수의학과 채찬희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것보다 돼지에서 사람으로 오는 게 더 쉽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에서 발생한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종 H1N1’ 유형이다. 돼지만 걸리고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 일반적인 H1N1형과 유전자가 다르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H와 N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데이즈(N)란 단백질. 지금까지 밝혀진 H는 15가지(H1∼H15), N은 9가지(N1∼N9) 종류가 있다. 돼지나 조류의 몸속에서 이들이 조합되면 이론적으로 총 135가지의 변종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돼지에선 H1와 H3, N1과 N2가 조합돼 만들어진 H1N1과 H1N2, H3N2형 바이러스가 주로 발견됐다. 하지만 최근 국내 돼지에서도 3종(사람, 돼지, 조류) 혼합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왔다. 녹십자수의약품연구소 송대섭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 H1N2형과 H3N2형의 3종 혼합 변종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발견해 지난해 국제학술지 ‘바이러스 진’에 발표했다”며 “이들 바이러스는 사람 감염이 보고된 적은 없지만 변종이니만큼 인체 감염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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