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비행기 함께 탔던 315명 전원 추적 조사

  • 입력 2009년 4월 29일 03시 02분


28일 오후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보건복지가족부 브리핑룸에서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이 추정되는 환자가 국내에서도 발견됐다고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보건복지가족부 브리핑룸에서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이 추정되는 환자가 국내에서도 발견됐다고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군병원 격리수용 50대女

SI증상 대부분 사라져

당국 2주 뒤 확진 가능

현재까지 추가감염 없어

경기에 사는 51세 여성 A 씨는 동료 2명과 함께 19일 멕시코시티 남부 몰렐로스 지역을 여행했다. 이들은 현지 운전사가 모는 차를 탔다. 운전사는 호흡기 질환에 걸린 듯했다. 사전에 약속된 행사에도 참여했고 시내 곳곳을 다니기도 했다. 25일 A 씨는 동료 1명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갑자기 A 씨는 몸에 오한이 생기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콧물도 흘렀다. 다만 열은 별로 높지 않았다.(나중에 보건당국이 찾아갔을 때 37.7도에 불과했다.)

26일 한국에 도착해 입국 검역을 받았다. 그러나 열이 높지 않아 적외선 검사대를 그대로 통과했다. 집에 도착한 A 씨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돼지인플루엔자가 멕시코에서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건소에 자진 신고했다. 의료진이 출동해 검사를 벌였고 A 씨는 28일 오전 돼지인플루엔자 ‘의심환자’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후 A 씨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에 따라 ‘추정환자’가 됐다. 바이러스 검사 결과 A 씨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흔한 H1과 H3 항원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아닌,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현재 유행 중인 A형 캘리포니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멕시코 현지 운전사에게서 감염된 게 아니냐는 추정을 하고 있다. A 씨는 현재 증상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이지만 국가가 지정한 병원(국군수도병원)에 격리 수용돼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귀국할 때 탔던 비행기 승객 중 주변 2m 이내에 앉았던 8명을 추적하고 있다. 또 같은 비행기에 탔던 315명은 유사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추적조사하고 있으며 A 씨가 머물고 있는 ‘시설’에 함께 사는 40명에게는 타미플루를 투여했다. 현재까지 A 씨 외에 추가 감염자는 없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겐 직접 방문, 전화 인터뷰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잠복기를 감안해 5월 2일까지 환자 추가 발생 여부를 면밀히 관찰할 계획이다.

추정환자의 병상 격리 조치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 본부장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을 격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자택 격리는 위험하다고 봐 격리 병상으로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7일 정도 더 격리된다.

A 씨가 실제 돼지인플루엔자에 감염됐는지를 확진하는 데는 약 2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돼지인플루엔자를 확진하는 방법은 총 세 가지. 바이러스 대조법, RT-PCR(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 중화항체 검사 등이다. 국내 기술로 가능하고 가장 신속한 방법은 바이러스 대조법이다. 환자 몸에서 나온 바이러스를 배양한 후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일일이 대조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대조 작업을 위해 현재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있으며, 바이러스 정보를 WHO,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와 공유하면서 변이 여부를 관찰할 계획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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