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상문, 靑공금 덩어리 덩어리로 빼낸 뒤 돈세탁”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어깨 무거운 검찰임채진 검찰총장(가운데)과 문성우 대검차장(왼쪽)이 20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이번 주 후반 소환 시기를 확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어깨 무거운 검찰
임채진 검찰총장(가운데)과 문성우 대검차장(왼쪽)이 20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이번 주 후반 소환 시기를 확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靑 살림 책임자가 횡령… 盧정권 도덕성 치명타

문재인 前실장 “3억은 權여사 돈인것 변함없어”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청와대 공금 횡령 혐의가 포착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 수사가 새로운 파장을 낳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일 정 전 비서관에 대해 다시 청구한 구속영장에 청와대 공금 12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포함시켰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노 전 대통령 측에 흘러간 돈의 성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청와대의 안살림을 맡았던 최고위 공직자가 청와대 공금을 빼돌린 것이 드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의 도덕성은 파산 상태에 빠지게 됐다.

○ “청와대 공금 횡령 여러 차례”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비서관이 관리한 차명계좌에 대해 “돈이 덩어리, 덩어리로 (차명계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이 여러 차례에 걸쳐 청와대 공금을 빼돌려 차명계좌에 예치해뒀다는 얘기다. 정 전 비서관은 지인 명의 차명계좌 2, 3개에 횡령한 돈을 관리했으며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계좌의 돈을 다시 인출할 때에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로 전환하는 등 자금 출처를 감추기 위해 ‘돈세탁’한 흔적도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차명계좌는 최소한 2006년 8월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박 회장이 정 전 비서관에게 3억 원을 건넸는데 검찰은 그 전에도 차명계좌가 있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정 전 비서관이 이처럼 오랫동안 차명계좌를 관리한 목적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홍 수사기획관은 차명계좌의 돈과 노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는 “말하기 부적절하다. 현재로선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횡령한 돈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 돈이 어떤 식으로 사용됐는지 등을 조사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쓰기 위해 돈을 빼돌린 것인지, 다른 누군가를 위해 돈을 모아 두었던 것인지도 계속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누군가를 위해 돈을 모아 둔 정황이 있다 해도 정 전 비서관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진술을 거부하거나 책임을 떠안으려 한다면 더 이상의 확인은 어렵게 된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혼자서 차명계좌를 관리하고 운용했는지, 청와대 내 다른 인사들이 정 전 비서관의 횡령 사실을 알았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청와대 경리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행정관 등을 소환 조사했다. 정 전 비서관의 횡령 혐의가 확정되면 횡령한 돈은 모두 범죄수익으로 몰수된다.

○ ‘청와대 공금 훼손’ 처음 아니다

노 전 대통령 재임 중에 청와대 공금이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전 비서관에 앞서 2003년 2∼8월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지낸 최도술 전 비서관은 청와대 공금을 이용해 돈세탁을 한 적이 있다. 최 전 비서관은 2003년 11월 기업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에 모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현금 2000만 원을 청와대 공금에 채워 넣는 대신 청와대 공금 계좌에서 같은 액수의 수표를 인출해 사용한 사실이 들통 났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안방살림을 책임졌던 두 사람이 모두 청와대 공금을 건드린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된 셈이다.

○ 노 전 대통령 측, “3억 원은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 반박

검찰은 19일 “정 전 비서관이 3억 원을 차명계좌에 입금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권 여사가 3억 원을 자신이 빌려 빚을 갚는 데 썼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라면 전형적인 사법방해죄에 해당한다며 노 전 대통령 측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0일 “종전에 설명했던 우리 쪽 입장이나 답변에는 변함이 없다. 권 여사가 3억 원을 받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를 발견했다는 이유를 들어 권 여사의 진술을 거짓이라고 알린 데 대해서도 무리한 여론몰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3억 원의 비밀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진 뒤에야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에 3억 원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도 다시 적용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관련 동영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