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걸려도 남는 장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단속해도 줄지않는 까닭? ‘손익계산서’에 답 있었다

2억 들여 문 연 ‘휴게텔’ 7개월만에 25억 벌어

몰수추징+벌금 5억 그쳐…인건비 빼고도 4억 순수익


7개월 만에 4억8500만 원. 아무리 단속해도 성매매가 줄지 않는 건 이 같은 고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서울 강북구 미아8동 G휴게텔. 2억 원을 들여 남성용 ‘휴게텔’을 개장해 7개월 만에 25억 원을 벌었고 경찰에 적발되더라도 부당이득 몰수추징액 5억 원과 벌금 200만 원을 내면 끝이다. 여기에 종업원 월급 주고 세금 꼬박꼬박 다 내도 4억8500만 원은 고스란히 손에 남는다. 2007년 6월 성매매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업주 김모 씨(50)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 3개월 만에 풀려났다. 김 씨는 간판도 바꾸지 않은 채 바지사장을 고용해 영업을 재개했다.

17일 밤 찾은 G휴게텔은 여전히 불야성이었다. 이날 새벽 강북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바지사장 홍모 씨는 “벌금은 조금 나올 것 같지만 휴게텔은 구청 단속 대상이 아니어서 (영업에 타격이 되는) 행정처분은 안 나올 것”이라고 여유 있게 말했다.

2007년 당시 경찰은 김 씨가 빼돌린 돈을 찾기 위해 석 달간 카드와 대포통장을 샅샅이 뒤져 수익규모를 밝혀냈다. 그러나 당시 수사를 주도했던 경찰관계자는 “불법으로 22억 원을 벌어도 벌금으로 끝나는 마당에 조무래기들 잡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수사력 낭비죠”라고 말했다.

성매매 알선에 대한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인신매매나 폭행, 감금 등의 혐의가 없을 경우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있고 벌금도 대부분 300만 원 이하다. 이렇다 보니 2004년 성매매처벌법 제정 이후 단속 사범은 늘었지만 경찰이 기각될 것을 우려해 영장 신청을 소극적으로 하면서 구속률과 기소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경찰이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0일 서울 강남구가 관내 퇴폐업소가 근절될 때까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 업주는 “요즘 청와대 행정관 사건이 터지면서 반짝 단속이 세졌는데 이럴 땐 단속 한 번 맞고 가는 게 오히려 편하다”며 “벌금도 푼돈 수준이고 걸리고 나면 그 후엔 조용하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등 업주들에게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는 구청의 행정처분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안마시술소나 휴게텔은 공공연하게 성매매가 이뤄짐에도 보건시설로 분류돼 단속대상에서 제외된다. 퇴폐업소에 용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도 업주들은 가처분신청을 내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6개월가량 영업을 계속한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면세점 간판을 내걸고 안에선 집창촌식 성매매를 알선하다 9일 적발된 D주점도 단속 다음 날 곧바로 영업을 재개했다.

최근 강남지역 성매매업소가 ‘풀살롱’처럼 대형화되는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처벌이나 벌금이 미약하다 보니 업주들은 규모를 키워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미모가 최상위급에 속하는 속칭 ‘텐프로(10%)’ 여성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그에 따라 선불금(일명 마이킹) 액수가 높아져 초기 투자비용이 커진다. 수십억 원을 투자한 업주들이 200만∼300만 원의 벌금 때문에 투자금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돕는 다시함께센터 김민영 팀장은 “성매매 업주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함은 물론이고 업주와 건물주, 바지사장, 선불금을 대신 내주고 성매매 여성을 괴롭히는 사채업자 사이의 경제적 고리도 함께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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