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엉터리 구직자에게 흘러가는 실업급여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지난달 44만5900명이 3732억 원의 실업급여를 타갔다. 두 달 전인 1월의 35만3000명(2760억 원)에 비해 9만2900명(972억 원)이나 급증했다. 작년 3월의 29만 명보다는 53.4%나 늘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수령자 수도 99만 명으로 2006년의 76만 명, 2007년의 85만 명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실직자들이 늘어나는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실업급여를 타면서 직장이 생겨도 그냥 노는 엉터리 구직자도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할 의욕이 없으면서도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허위로 입사 지원만 하는 사람들을 방치하다 보면 진정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 고용보험제도의 목적은 단지 실업자에 대한 소득 지원만이 아니다. 실업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벌이도록 촉진하고 권장하는 것도 고용보험의 주요 기능이다.

정부는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고의적으로 취업하지 않는 부정 수급자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지금처럼 입사지원서 가운데 2∼5% 샘플만 골라 고용주에게 확인하는 정도로는 부정 수급자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노동연구원은 실업급여를 타려고 취업을 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실업인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작년에 내놓았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노사가 담합해 빈번하게 해고하는 기업에는 실업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제도 개선을 미루고 있다.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하고 실업자들의 취업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제2의 실업급여제도를 별도로 만든 독일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독일에서는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고용 소개 제의를 거절할 경우 실업급여액을 줄이거나 급여를 중단한다.

장기 불황으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용보험 재정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엉터리’ 구직자들의 급여 신청을 막아야 한다. 정작 실업급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인난(求人難)을 겪는 중소기업들도 허위 지원자로 인해 피해를 본다. 합격 통보를 해도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사람을 뽑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 더 고생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