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사람/울릉도 지킴이 배상용씨 ‘울릉민국~’ 책 펴내

  • 입력 2009년 4월 14일 06시 36분


울릉도의 애환 육지는 알까…

“울릉도에 열 번쯤 왔으니 나도 꽤 많이 압니다.” “그래요…천부라는 동네 아는기요?” “그럼요.” “그럼 사동은?” “아, 알다마다요.” “그라믄 에스디(SD)는?” “그런 동네도 있습니까?” “울릉도서는 사동을 에스디라고 많이 부릅니다. 그 나물 많이 하는 동네….”(218쪽)

경북 포항에서 217km 떨어진 울릉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다. 독도와 뗄 수 없는 울릉도는 각종 조사에서 늘 ‘가보고 싶은 섬’ 1위로 꼽힌다. 그렇지만 1만 명이 채 안되는 울릉 주민들의 정서는 꽤 다르다. 울릉도에 주민이 살면서 섬을 개척한 지 1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육지’로부터 소외돼 있다고 느낀다.

5대째 울릉도에 살고 있는 배상용 씨(44·울릉읍 도동리)가 최근 ‘울릉민국 그리고 그들의 삶’(333쪽)을 펴냈다. 128편의 짧은 글과 직접 찍은 수백 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어보면 ‘작은 섬(72km²로 경북 면적의 0.4%) 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고, 숨겨진 이야기가 이토록 많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울릉도=오징어’는 울릉도의 삶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다. 울릉도의 역사와 문화, 명물, 울릉을 지키는 사람들, 교육, 별미 음식, 빨리 개선해야 할 문제 등이 독특한 시각으로 담겨 있다.

배 씨는 1999년 인터넷에 ‘울릉도 닷컴’이라는 코너를 개설해 혼자서 기자를 자임하고 틈나는 대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그저 관광객을 상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틀에서 벗어나 울릉도와 독도를 늘 지키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최근 3년 동안 인터넷 매체에 쓴 글을 묶은 것이다. ‘울릉도 주민들은 정부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독도에서 하는 삼일절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나’ 같은 무거운 주제부터 ‘이런 오징어는 자식에게도 잘 안줍니다’, ‘울릉도에서 가마솥이 가장 많은 마을은’ 등의 가벼운 이야기까지 울릉도의 구석구석을 담았다.

도동항은 울릉과 육지를 잇는 관문. 관광객들이야 며칠 묵었다 떠나면 그만이지만 육지에 나간 친구를 배웅하는 심정은 다르다. 그는 어느 날 도동항의 풍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야∼다음에 올 땐 애인 꼭 데리고 온나, 알았제∼. 그라고 직장 못 구하면 오지 말거래이∼너거 아버지한테 맞아죽는다∼하하∼.’ 이런 정겨운 말이 오가는 사이 여객선은 육지로 떠난다.” 그는 산사태, 눈사태, 태풍피해 등 울릉도의 사건사고 현장에도 늘 카메라를 둘러메고 뛰어가 가장 먼저 인터넷에 소식을 띄운다.

주민들은 2006년 그를 울릉군의회 의원으로 뽑아줬다. 15일 오후 3시 울릉군 재향군인회관에서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여는 그는 “울릉도 사람들에게 ‘육지’는 늘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운명처럼 섬에서 삶을 꾸려갈 수밖에 없다”며 “육지 사람들에게 울릉의 속살을 조금이라도 알려 울릉도와 독도가 외롭지 않도록 펜과 카메라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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