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반칙-특권없는 세상”외치며 도덕성 자랑하더니…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10분


■ ‘두 얼굴의 盧’ 충격파

청렴성 내세워 ‘구시대의 청소부’ 큰소리

임기말 “성적 별로 나쁘지 않을텐데요” 자찬

“구시대의 막내가 되겠다.”

도덕성을 유난히 내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의 정치, 과거의 정부를 ‘구시대’라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1일 원로 지식인 간담회 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맏형, 구시대의 막내가 되겠다. 잘못된 구태와 관행을 반드시 청산해 다음 후세들이 다시는 흙탕물을 걷지 않도록 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집권 5년 동안 줄곧 구시대 청산을 다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7일 ‘검은돈 수수 고백’은 그가 ‘구시대의 막내’도 ‘새 시대의 맏형’도 아니었음을 보여 줬다. 이권이나 청탁에 개입하면 ‘패가망신’을 시키겠다고 엄포를 놨으나 친형과 측근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다. 전매특허품처럼 내세워 왔던 ‘도덕성’과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은 헛된 구호였다.

도덕성은 노 전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 때 그는 “각종 게이트 사건은 특권 의식과 반칙의 문화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에선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집권 5년 동안 내내 도덕적 우월성을 자랑스러워했다. 2006년 12월 참여정부 실패론이 제기됐을 때 그는 “부동산 문제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받아쳤고, 퇴임 직전인 2007년 11월 KTV 특집 다큐멘터리 ‘참여정부를 말한다’에서는 “참여정부가 한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정경유착과 반칙과 특혜가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성적이 별로 나쁘지 않을 텐데요”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정치적 위기에 몰렸을 때도 도덕성을 국면 전환 카드로 활용했다. 2004년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형인 노건평 씨에게 인사청탁조로 3000만 원을 건넨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자 노 전 대통령은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좋은 학교 나오시고 성공한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이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고 질타했다. 남 전 사장은 그 길로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3년 11월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불법 자금의 노무현 캠프 유입이 드러났을 때도 그는 “한나라당의 불법 자금의 10분의 1을 넘는다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대선자금이 10분의 1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는 침묵했다.

도덕성을 정권 창출과 유지의 원천으로 삼았던 노 전 대통령이 결국 도덕성 문제로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조차 씁쓸해 하고 있다. 한때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두관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관련되진 않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고 아쉽다”며 “돈 문제는 경계해야 했는데…. 돈은 얻어 쓸 사람한테서 얻어 써야지”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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