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보따리 안싸려면… 서울대 깐깐해진 승진심사

  • 입력 2009년 4월 1일 17시 05분


◆서울대 정교수 탈락사태, 그 후

(박제균 앵커) 최근 서울대가 실시한 정교수 승진 심사에서 승진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스스로 심사를 포기했습니다. 서울대의 깐깐한 승진 심사는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그 동안 당연시되던 대학 교수의 승진 관행에 제동이 걸지 주목됩니다.

(김현수 앵커) 사회부 우정열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우 기자, 올해 서울대 교수 승진 심사에서 탈락자가 많이 나온 이유는 뭡니까?

(우정열 기자) 네 무엇보다 교수 업적에 대한 질적 평가가 크게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서울대의 1학기 정교수 승진 심사 대상자인 부교수 61명 중 심사를 통과한 인원은 28명으로 45.9%의 승진률을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33명은 단과대나 본부 차원의 심사에서 탈락했거나 본인 스스로 심사를 미뤘습니다.

서울대의 최근 3년간 정교수 승진률은 2006년 72.8%, 2007년 63.9%, 2008년 53.8%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왔는데요. 하지만 정교수 승진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서울대 사상 올해가 처음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올해는 승진 심사가 강화된다는 방침이 전해지면서 승진 대상 교수들이 심사를 유보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서울대측은 심사 유보를 신청한 교수와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를 구분해 발표하지 않았지만, 단과대 차원의 심사 기준이 엄격하다고 알려진 자연대나 의과대에서 승진 심사를 유보자들이 많았다는 후문입니다.

(박 앵커) 승진 심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이 강화됐는지 궁금한데요.

(우 기자) 네. 서울대는 지난해 교수들의 승진 및 정년 보장 심사 규정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우선 '부교수 5년차부터는 2년 내에 승진 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의무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에는 승진 심사가 의무 조항이 아니어서 연구업적이 충분하지 않으면 심사를 의도적으로 미루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또 승진심사에서 탈락해도 횟수 제한 없이 매 학기 심사를 재신청할 수 있었던 것도 고쳐 한 번 심사에서 탈락하면 2년 동안은 승진심사를 할 수 없게 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에 최대 16번까지 가능했던 정교수 승진심사 신청 기회가 최대 4번으로 줄었습니다.

또 올해는 각 단과대학 인사위원회에서 승진 대상자의 논문을 심사할 때 해외 사례와 비교케 하고, 인사위원회에 제출하는 학과장 추천서에도 승진 대상자에 대한 평가를 보다 자세하게 하는 등 질적 평가를 강화했습니다.

(김 앵커) 그럼 이번에 정교수 승진 심사에서 탈락한 부교수는 더 이상 서울대 교수로 활동할 수 없는 건지 궁금한데요. 탈락 교수들은 다른 학교를 알아봐야 하는 겁니까?

(우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교수 승진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통상 6년인 부교수 계약 기간의 잔여기간 교수 신분이 유지됩니다. 이 기간이 지나도 재임용 심사를 통과하면 부교수 신분으로 다시 최대 6년 동안 대학에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부교수 재임용 심사는 정교수 승진 심사에 비해 탈락률이 낮은 편이어서, 정교수 승진에서 탈락한 서울대 교수들이 당장 퇴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박 앵커) 이번 승진 심사 결과에 대한 서울대 교수들과 대학가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교수 입장에서는 정년을 보장 받는 정교수 승진 기회가 줄어들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우 기자) 네. 서울대의 이번 승진 심사 결과를 접한 교수 사회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렸습니다. 교수사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승진 심사 강화는 더 미룰 수 없는 숙제이자 피할 수 없는 추세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일부 교수들은 우리 대학이 과연 교수의 연구 업적의 질적인 면을 공정하게 평가를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지, 또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연구 성과 지상주의의 폐해가 나타나지는 않을지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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