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였던 우주실험 ‘쇼’ 될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8분


지난해 4월 이소연 씨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저울로 무게를 측정하는 우주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장면. 우주저울은 측정 오차를 1% 미만으로 줄여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4월 이소연 씨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저울로 무게를 측정하는 우주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장면. 우주저울은 측정 오차를 1% 미만으로 줄여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텍 화학과 김기문 교수는 다공성 미세물질을 우주에서 제조한 결과 질이 좋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후속 연구 계획이 없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어렵게 얻은 실험 결과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포스텍 화학과 김기문 교수는 다공성 미세물질을 우주에서 제조한 결과 질이 좋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후속 연구 계획이 없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어렵게 얻은 실험 결과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첫 우주인 1년… 18개 연구 상당수 후속관리 부실

예산 부족-無계획에 관련 연구 답보상태

식물변화-식품 등은 우수한 성과 얻기도


국내 첫 우주인 이소연 씨가 지난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진행한 18가지 과학 실험 중 상당수가 실험 결과에 대한 후속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과학계 일각에서는 우주인 사업이 ‘1회성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1일 동아일보가 이번 과학 실험을 기획하고 제안한 연구자 14명 중 13명을 대상으로 실험 결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응답자 중 76.9%)이 “우주 실험이 후속연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사후 관리에 불만을 드러냈다. 우주에서 이뤄진 실험 결과가 후속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3명(응답자 중 23.1%)에 불과했다. 실험 제안자 14명 중 1명은 실험 결과에 대한 논문이 나오지 않은 만큼 답변을 할 수 없다고 설문조사를 거부했다.

○ 공동연구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

우주공간에서 다공성 미세물질 제조 실험을 했던 포스텍 화학과 김기문 교수는 “발사를 앞두고 러시아 측이 일찌감치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면서 “곧바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담당자에게 구두로 알리고 기다렸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어 연구가 답보 상태”라고 밝혔다.

서강대 화학과 윤경병 교수는 무중력 환경에서 미세물질인 제올라이트 결정을 합성하는 실험을 제안해 세계 최초로 균일한 결정 0.1g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은 미국항공우주국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윤 교수는 “항우연 측이 일본항공우주국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 실제 실험 결과 발표와 달라

항우연이 지난해 성공했다고 발표한 일부 실험도 이번 조사 결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하대 세포배양공학실험실 최용수 연구원은 “줄기세포와 형질전환 벼 세포를 배양하는 실험을 했지만 살아남은 세포 수가 부족해 충분한 연구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 측이 세포배양장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장비가 초기 설계도와는 완전히 달라지면서 연구가 차질을 빚었다. 최 연구원은 “실험 장비가 바뀌어 실험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음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우주인 배출사업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초기 설계도가 올라와 있다.

차세대 메모리 소자인 F램이 우주에서 오류 없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제안한 한국전자부품연구원 김부식 선임연구원은 “2개월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6개월, 1년으로 기간이 늘면 F램의 성능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산 부족 문제도 지적됐다. 초소형 우주망원경인 ‘캠텔’을 올려 보낸 이화여대 물리학과 박일흥 교수는 “‘캠텔’의 재료비만 1억5000만 원 들었다”며 “연구지원비가 3000만 원밖에 안 돼 모자란 연구비는 다른 국가과제 연구비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 자체적으로 후속 연구 진행하기도

이소연 씨가 진행한 우주 실험 중에는 우수한 결과가 여럿 있다. 이 중 일부는 우주인 사업과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우주 환경에서의 식물 변화’ 실험을 제안해 무중력 환경에서 씨앗을 심어 후손 씨앗을 얻었다. 강시용 방사선육종팀장은 “4∼6월 후손 씨앗을 심어 우주에서 어떤 돌연변이가 일어났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식품을 개발한 한국식품연구원은 우주인 사업이 끝난 뒤 자체적으로 전통 음식 10종을 우주식품으로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가운데 불고기, 카레 등 4종은 러시아가 2025년 화성에 보낼 유인우주선 계획인 ‘마스(MARS)500’에 우주인 식량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성수 책임연구원은 “우주식품이 우주인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해야 하는데 이런 실험을 진행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번 과학 실험을 주관한 항우연 측은 연구 제안자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우주 실험의 후속 관리가 잘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일본항공우주국, 미국항공우주국과 우주 실험 협력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반박했다.

대전=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포항=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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