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채용만 권하는 고용장려금

  • 입력 2009년 3월 26일 14시 44분


# 1=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A사는 이직이 잦은 IT 업계 풍토상 한달에 2~3명씩 새로운 사람을 뽑는다. A사는 노동부 지정 IT 직업학교 우수학생들을 프로그래머로 채용해 직원 1인당 연간 540만원의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2008년 4월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개정 시행령은 고용지원센터에서 알선해 준 구직자를 채용해야만 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A사는 센터로부터 추천받은 구직자가 회사에 필요한 인력이 아니라서 채용을 포기했다. 그 뒤 자체적으로 채용을 진행하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있다.

# 2= 부품 생산 중소기업인 B사는 고용지원센터로부터 알선 받은 청년들이 실제로 취업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곤 황당해졌다. 구직자들은 B사에 취업할 의사가 없지만 구직활동 증명 때문에 면접을 본 것이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반드시 노동부 워크넷에 등록을 하고 2주마다 구직활동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지원센터는 위크넷에 등록된 구직자들을 기업에 알선하는데, 이 때 실제 취업 의사가 있는지, 업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검증을 하지 않는다.

'청년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이하 장려금)이 원래 취지와 달리 고용 촉진 효과는 높지 않은 반면 비정규직 채용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장려금은 노동부 워크넷에 구직등록을 한 뒤 3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는 29세 이하의 청년을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정부가 매월 60만원(6개월간)씩, 이후엔 매월 30만원씩 지원금을 주는 제도. 정부는 장려금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반드시 고용지원센터의 알선을 받은 구직자들만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기업에 필요한 인력인지, 취업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검증 과정은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차라리 '알선'이라는 중간 단계가 없는 인턴을 선호하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부의 장려금 지급 현황을 보면 장려금을 받는 청년 구직자수는 2007년 4만 7303명에서 지난해 2만7118명으로 뚝 떨어졌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탓일까. 그러나 청년 고용률이 2007년 42.6%에서 지난해 41.6%로 떨어진 것에 비하면 감소 폭이 가파르다.

장려금 지급액수도 2007년 1538억1300만원에서 지난해 797억 75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장려금 지급 액수가 줄자 노동부는 전체 예산 규모를 1064억원(2008년)에서 521억원(올해)으로 줄이고 기업에 대한 지급액을 20% 인상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외면 받고 있는 상태에서 기업 지급액 인상이 실효성을 갖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장려금 받기가 까다로워지자 기업들은 오히려 청년 인턴을 선호해 정규직 채용보다는 비정규직 채용만 늘어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청년인턴제도 역시 지정된 알선 대행 기관이 있지만 알선을 거치지 않아도 신청만으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6개월간 인턴을 단기 근로자로 채용하면 임금의 절반인 50만~80만원, 이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다시 6개월간 50만~80만원을 지원받는다. 노동부는 청년인턴 지원대상자 8만 200명에 대해 496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규직을 채용하면 주는 장려금은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을 채용하면 주는 청년인턴지원금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취약계층 채용을 피하는 데다 부정수급 적발이 늘어나 장려금 지급에서 알선이라는 보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며 "취약계층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려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지급 요건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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