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아빠들이여, 엄마에게 ‘순종’하세요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박교선의 Education Story

경기도가 비평준화 지역이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한 지인이 고민 많은 얼굴로 찾아 왔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는데, 학교 측에서 인문계 고등학교 원서를 안 써준다는 것이었다.

“녀석이 알아서 잘할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들어 보니 사정은 이랬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학원에도 보내고, 여러 과목을 과외도 시키는 등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런데 아빠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너무 극성맞아 보였다.

“중학생한테 무슨 공부를 그렇게 많이 시켜! 중학교 때까지는 놀고,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하면 되는 거야!”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는 내내 공부를 시키려는 엄마와 공부를 그만 시키려는 아빠가 충돌을 했다. 급기야 엄마가 계획해둔 과외를 아빠가 못하게 말리는 일까지 일어났다. 물론 아빠 몰래 틈틈이 과외를 했지만, 중학교 때는 적당히만 하면 된다는 아빠의 생각에 아이도 휩쓸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엄마에게 반항하면서 점점 공부를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 불가 판정이 나왔던 것이다. 아빠는 그만 앞이 캄캄해졌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대기업 이사가 아들을 고등학교에도 제대로 못 보내다니!

“어떻게 좀 안 될까? 지금이라도 자네가 도와주면 안 되겠어?”

나는 잠시 생각한 뒤 결심을 하고 대답했다.

“네, 원서 쓰세요.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나는 한 달 정도 남은 시간 동안 아이에게 과목별로 맨투맨 지도 교사를 붙여줬다. 다행히 아이는 인문계 고교에 무사히 합격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그분은 아이의 교육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어찌해서 겨우 고교 진학에는 성공했지만, 그대로 놔둘 경우 대학 진학도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이다. 아내의 조바심과 끊임없는 걱정에도 뜻을 같이하게 됐다.

엄마들은 늘 주변 엄마들과 접촉하면서 아이의 교육에 예민하지만, 아빠들은 그렇지가 않다. 아빠들은 요즘 아이들 교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채, 예전 자신의 세대 때 사고방식, 즉 ‘학원 안 보내고 과외 안 시켜도 혼자 열심히 하면 명문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 보니 엄마는 늘 악역을 맡고, 아빠는 천사가 된다. 아이도 당장에는 편들어 주는 아빠에게 고마움을 느낄지 모르지만, 불과 몇 년 후에는 “아빠 때문에 대학에 제대로 못 갔다”는 원망을 할지 모른다.

아버지들은 사회생활로 바쁘기 때문에 아이들 공부에 일일이 신경을 쓸 수 없다. 그런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머니의 생각을 믿고 지원해 주는 것이다. 적어도 어머니의 교육 의욕에 아버지가 훼방을 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바쁘더라도 아이의 학교 성적만큼은 꼭 체크했으면 한다. 성적이 떨어졌을 때 따끔하게 혼내는 일은 아빠의 몫이 되어야 한다. 엄마가 10번 혼내는 것보다 아빠가 단 한번 훈계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 물론 결과를 놓고 아내를, 자식을 탓하기 전에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는 현명한 아빠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모든 아빠는 바쁘다. 그러나 그 아빠들 중에는 아이와 함께 진로를 고민하고, 아이의 등을 토닥여 주는 아빠들이 있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할 때 아이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박교선 영재사관학원 입시총괄원장

※ ‘누가 뭐래도 우리는 민사고 특목고 간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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