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특목고 입시, 합격보다 중요한 ‘과정’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2010년도 특목고 입시는 여러 가지 변화로 학생과 학부모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영재학교, 과학고, 외국어고와 함께 자립형사립고 및 자율형사립고 등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 하지만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올해부터 경시대회 가산점을 대폭 축소하고 내년도부터는 전혀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최근 발표된 후 영재학교를 준비 중인 학생들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여기에 올해 초 발표된 자사고와 특목고의 복수지원 금지는 민사고, 상산고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외고나 과학고에 앞서 입시전형을 실시하는 민사고나 상산고에 먼저 지원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외고나 과학고에 다시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택할 수 있는 학교의 폭은 넓혀 놓았지만 오히려 지원 기회는 한 번으로 제한하는 모순적인 정책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진짜로 가고 싶은 학교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선발 인원도 적으면서 전국단위 모집을 해야 하는 민사고에 합격을 자신하고 지원하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국 민사고에 가고 싶어도 떨어질까 겁이 나서 합격 가능성이 더 높은 외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원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대입에 비해 학교를 스스로 선택할 권한이 한 번으로 제한되는 현실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가고자 하는 학교에 전형일정에 따라 마음껏 도전해보도록 해주는 것이, 어린 나이에 힘들고 어려운 공부를 선택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 중학생들을 위하는 일은 아닐까?

여기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중학생에게 특목고 입시 준비가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원하는 특목고에 진학한다면 두 말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특목고에 못 간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다시 3년 동안 대입 준비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목고 입시에서 결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학교시기에 갖추어야 할 기본실력을 탄탄하게 갖추어 놓는 일이다. 오로지 합격만을 위해 시험과목에만 치중하게 되면 학습의 폭이 좁아지고 학습 불균형이 초래될 위험성도 높다. 외고에 가고 싶다고 해서 영어나 언어 공부만 하면서 시험과목이 아닌 수학공부를 소홀히 한다면 어떨까? 비록 외고에 합격한다 해도 고등학교 3년 동안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학생들은 성실한 학교생활을 통해 좋은 내신 성적을 확보하면서 국·영·수·과·사 같은 중심과목들을 골고루 심도 있게 학습할 필요가 있다. 낮은 목표를 정하고 결과에 급급해하는 공부를 하는 것은 먼 미래를 보고 이제 막 출발하는 중학생들에겐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항상 기본에 충실하고 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용기 있게 도전하는 진취적인 청소년들이길 바란다.

박교선 영재사관학원 입시총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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