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헌재의 일치된 의견” 내용도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재판개입-압력으로 받아들일 소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관련자 재판이 처음 논란이 됐던 것은 재판부 배당 문제였다.

지난해 6월 19일부터 7월 11일까지 16개 형사단독 재판부 중에 특정 1개 재판부에 8건이 한꺼번에 몰려서 배당이 되자, 형사단독 판사 13명은 모임을 갖고 이를 문제 삼았다. 이들은 허만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사건 배당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7월 15일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었던 신영철 대법관 주재로 간담회가 열렸다. 신 대법관은 “배당 방식을 바꾸겠다”고 약속했고 판사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최근 ‘특정 재판부 몰아주기 배당’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대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 예규에 따르더라도 관련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하는 것은 양형 통일을 위해 허용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5일 공개된 신 대법관의 e메일 파문은 배당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e메일에 쓰인 문구만으로는 신속한 재판을 당부하는 것이지만, 이는 재판 개입 또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또한 대법원 예규에도 근거가 없는 행위다. 대법원이 즉각 진상조사에 나선 것도 이번 사안이 재판의 독립성 침해와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메일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여러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적은 부분도 폭발성이 있는 부분이다.

신 대법관의 e메일에 대해 정기 인사를 앞두고 중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독려 차원 아니었겠느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법원 내에서는 당시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던 신 대법관이 이를 의식하고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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