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과학영재학교 ‘공교육 살리기’ 입시개혁안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서남표 KAIST 총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신입생 전형방법 개선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남표 KAIST 총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신입생 전형방법 개선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KAIST와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올림피아드를 비롯한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은 사교육 때문이다. 대학이 수상 실적을 입시에 반영하면서 그와 연관된 사교육도 번성해 왔다. 서남표 총장은 5일 입시개혁안을 발표하면서 “1, 2점 차이로 학생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심층적으로 파악해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 지방의 똑똑한 학생을 많이 뽑겠다”고 말했다.》

“성적 1,2점 차이 중요하지 않아

똑똑한 지방학생 많이 뽑을것”

▽과감한 자율선발 도입=KAIST가 내놓은 교장추천전형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보다 한층 파격적이다.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하고 있지만 KAIST처럼 각종 대회 수상 실적을 완전히 배제하는 경우는 없다.

주요 대학들은 “KAIST와 같은 ‘완전 입학사정관제형’ 선발 방식은 아직은 적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KAIST의 선발 규모는 150명으로 수가 적고, 고교당 1명만 추천하기 때문에 심층면접을 통해 학생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반면 주요 대학들은 선발 정원이 KAIST보다 3, 4배 많다. 고교당 1명만 추천을 받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도 KAIST의 시도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서울대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일선 학교에 추천 경험이 쌓일수록 추천서의 내용이 충실해진다”고 말했다.

▽경시대회 사교육에 매인 학생들=파격적인 건 각종 경시대회 성적 배제도 마찬가지.

서울대 이공계열 3학년 정모 씨(22)의 학창시절은 각종 경시대회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과 사설학원이 주관하는 수학·과학 경시대회에 빠짐없이 나갔다. 어떤 주말에는 시험 3개를 한꺼번에 치렀다.

중학교 3년은 밤 1∼2시까지 특목고 학원을 다녔다. 그러면서 수학과 화학, 지구과학 올림피아드 준비에 매달렸다. 주말 특별반, 경시대회 막판 준비반까지 섭렵하느라 월평균 200만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과학고를 다니면서도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주말에 학원을 다녀야 했다. 방학 때는 월 100만 원을 넘게 내고 올림피아드 출신 ‘고수’ 대학생의 과외를 받기도 했다.

2003년 이후로는 상급학교 진학에 반영되는 권위 있는 경시대회가 많이 줄었다. 이번 KAIST의 조치로 과학고 전형에는 올림피아드 성적 정도만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사설 학원이나 교육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수상 실적이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에 게재된다며 각종 경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교육에 가려진 재능을 찾는다=사교육이 문제풀이와 합격 요령만 가르치는 점도 KAIST가 우려한 부분이다.

수학 올림피아드 전문강사 L 씨는 “올림피아드 입상은 영재성보다 체계화된 훈련과 꾸준한 선행학습의 결과일 때가 많다”며 “해마다 수상자가 나오면 A 군은 B 강사가 가르친 학생, C 군은 D 학원 출신이라는 정보가 학원가에 돌 정도”라고 말했다.

해마다 1만5000여 명이 수학 올림피아드에 도전하지만 전문강사 지도를 받지 않은 학생은 실제로 수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했다.

서 총장도 이날 “사교육 때문에 가려진 뛰어난 학생들을 뽑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KAIST는 올해부터 아예 면접 방식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면접 방식과 내용을 공개하면 그에 맞춘 사교육이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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