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도시철도公…민노총 균열 이탈 움직임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울산 민주노총 소속 첫 노사화합 선언폐기물 처리 업체인 ㈜NCC 노사는 5일 울산 남구 용잠동 회사 회의실에서 노사화합 선언식을 가졌다. 이 회사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소속으로 울산에서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이 노사화합 선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김주석 ㈜NCC 노조 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강경진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노사화합 선언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울산 민주노총 소속 첫 노사화합 선언
폐기물 처리 업체인 ㈜NCC 노사는 5일 울산 남구 용잠동 회사 회의실에서 노사화합 선언식을 가졌다. 이 회사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소속으로 울산에서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이 노사화합 선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김주석 ㈜NCC 노조 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강경진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노사화합 선언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투쟁 일변도에 염증” 조합원도 계속 줄어

정치 참여 지양 ‘제3섹터 노동운동’ 모색

인천지하철노조 9∼10일 민노총 탈퇴 찬반투표

노동운동의 한 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이상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강성 투쟁에 앞장섰던 산하 사업장들이 속속 민주노총을 탈퇴하거나 상급단체의 지침에 반발하고 나선 것.

9일과 10일 민주노총 탈퇴 찬반 투표를 하는 인천지하철노조에 이어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와 대구지하철 노조도 상황에 따라 민주노총을 탈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결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민주노총에 대한 반발 밑에는 투쟁 일변도의 민주노총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노동운동을 모색하려는 이들의 연대가 깔려 있다. 이들은 이를 ‘제3섹터 노동운동’이라고 부른다.

○ 민주노총의 균열

영진약품 노사는 지난달 26일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임금 동결과 고용 유지를 골자로 하는 노사화합 선언식을 했다.

5일 민주노총의 텃밭인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인 ㈜NCC가 노사화합선언식을 열었다. 10일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인천지하철 노조는 탈퇴 가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지난달 9일 시 산하 다른 공기업들과 함께 ‘서울시 공기업 노사정 화합·평화 및 사회공헌 선언’을 채택했다.

서울메트로는 조합원 1만여 명, 도시철도공사는 5700여 명의 대형 사업장이다.

서울메트로는 더 나아가 파업기금 등으로 사용하는 조합비에서 1억 원을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탈퇴 확산 움직임은 현대중공업(2004년 탈퇴)의 노사화합 사례, 코오롱(2006년 탈퇴) 노조위원장의 해외 영업 수주 등 이미 민주노총을 탈퇴한 사업장의 활발한 움직임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조합원도 계속 급감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2006년 75만2000여 명으로 정점을 보인 뒤 2007년 66만4000여 명, 지난해 말에는 65만여 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박성식 홍보부장은 “최근 조합원 수가 줄어든 것은 일부 사업장이 없어지는 등의 상황이 있기 때문이며 큰 흐름에서 볼 때 조직 이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조합원 없는 노조운동

민주노총의 설명과는 달리 산하 사업장에서는 “민주노총이 우리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는 분위기다.

민주노총 소속 한 산하 대형 사업장의 전직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은 파업 지시를 해놓고 정작 주동한 조합원이 파업으로 해고되면 모르는 척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인천지하철 노조가 상급단체에 조합비를 내지 않고 그 돈으로 해고된 동료의 생계비를 지원한 것”이라며 “내 경우도 파업 후에 내 신상에 대해 물었더니 ‘당신이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시켜서 한 것 아니냐’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하 사업장의 노조 위원장도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가면 ‘이라크 파병반대 국민행동’ ‘6·15남측위원회’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등 노동운동과는 아무 관계없는 단체와 사이트를 연결하고 있다”며 “산하 최대 사업장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조합원들끼리도 일감을 나누지 않을 정도로 이기적이고, 상급단체가 그걸 조절도 못하는데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노동계 핵심 인사는 “민주노총은 과거 한 산하 대형 사업장에 1만 원짜리 티셔츠를 5만 장(5억 원)이나 사게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제3섹터 노동운동과 제3의 노총 건설

민주노총에 대한 이런 염증은 산하 사업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제3섹터 노동운동’ 움직임을 일으키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한 전직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조합원을 위한 노조”라며 “정치 참여를 지양하고, 근로자를 위한 참된 노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싸울 때는 싸워야 하지만 대화와 협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투쟁 일변도인 민주노총이 근로자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제3섹터 노동운동에는 최근 민주노총에 반발 움직임을 보인 상당수 사업장 노조가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수 서울메트로, 이성희 인천지하철, 하원준 도시철도공사, 최종윤 대구지하철,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등 상당수 노조위원장이 이런 움직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수시로 모임을 갖고 새로운 노동운동의 구체화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제3섹터 노동운동::

기존의 한국노총, 민주노총 노선을 지양하고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노동운동을 지칭하는 말. 정치 참여 배격, 정부 및 사측과의 대화 협력 인정 등을 주요 정신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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