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굶고 길 헤맨 아이…서운함에 눈물이”

  • 입력 2009년 3월 5일 12시 11분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을 한다기에 마음 놓고 일했는데 아이는 갈 데가 없어 유치원에 와 있다고 하고….”

3월 입학 시즌이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아이가 갈 곳이 없어 길거리를 헤맬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는 밥도 못 먹고 이리 저리 떠돌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는 더 불안하다.

최근 아이를 처음 초등학교에 보내는 직장인 초보 엄마들의 이러한 아찔한 경험담이 인터넷에 올랐다. 전업주부들에게 비해 시간과 정보력이 부족해 생기는 일이다. 그렇지만 학교에서도 일하는 엄마들에 대해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아이디 ‘에이치와이유엔’은 지난 3일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나름 강한 엄마라 생각했는데 눈물이 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만 하루 만에 7만4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댓글도 많이 달렸다.

내용인즉, 최근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방과 후 수업(학교 정규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교에 남아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을 신청한 글쓴이는 당연히 유치원 종일반 수업처럼 학교에서 아이에게 밥도 챙겨 먹일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이러한 생각에 안심하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보통 입학하고 적응기간 동안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급식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아이들은 밥을 먹고 오라고 집으로 돌려 보냈고, 집 열쇠도 없고 갈 데도 없었던 아이는 거리를 헤매다가 같은 유치원을 나온 친구와 둘이서 유치원으로 갔다는 것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간 것은 천만 다행이지만 거리에서 잘못이라도 되었으면 어땠을 까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글쓴이는 “학교에서 사전에 설명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서운함이 자꾸 치고 올라와 눈물이 난다”며 “방과 후 교실은 분명히 보육을 위해 만들어 진 것인데, 한두 시간의 보육공백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학기초에 급식을 안 주는 것은 상식”,“학교에서 알림장을 줬을 텐데 아이가 잊고 엄마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을 내 놓았지만, 다수는 “입학하고 첫날인데 애가 식사가 해결이 안됐다면 교사가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아이디 ‘준이나라’)”, “저도 맞벌이인데 3일 알림장을 보고 나서야 급식이 없다는 걸 알았다. 세상도 흉흉한데 학교 측에서 조금이나마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jullia75’)”며 공감을 표했다.

선배 학부모의 조언도 잇따랐다. 아이디 ‘우아공박’은 “방과 후 수업이라고 해도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선생님들은 드물다. 계획표상 수업 종료 시간이 3시로 돼 있어도 2시 전에 끝나는 경우도 많고 어떤 날은 한참 기다리다가 온 적도 있다. 일 하면서도 항상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한다”면서 “연월차를 최대한 활용해 학교 행사에 잘 참여하고 다른 학부모들과 관계를 유지하라”고 말했다.

‘windfall’는 “어머니회에 꼭 가입하라. 인터넷이나 학교 홈페이지, 교무실에서 얻기 어려운 세세한 정보들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풍당당’은 “찾아보면 방과 후 아이들을 봐 주는 곳이 아파트에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학교관계자라는 누리꾼 ‘겨울풍뎅이’는 “교사들이 2월부터 매일 입학준비를 하더라도 신경을 미쳐 못 쓰는 부분은 분명히 생긴다. 교사가 학생을 방치했다고만 하지 말고 안내 전화를 부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사도 분명히 수긍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 교육 서비스의 질이 낮다고 질타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아이디 ‘california-yj’는 “프랑스의 경우 엄마가 늦으면 아이와 같이 학교에서 기다려 주고, 애들 몸도 자세히 봐서 상처가 있으면 다친 건지 맞은 건지 확인한다. 그래서 교사에 대한 존경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굉장하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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