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교교서로 배웁시다]특화와 분업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콕! 남보다 잘 하는 일 골라 집중하게 하면

쑥! 효율성-생산성 모두 높아진답니다

내용같은 생산요소를 가지고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특화’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나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음식을 잘 만들고, 어떤 사람은 운전을 잘한다. 또 어떤 사람은 컴퓨터를 잘 고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악기를 잘 연주한다. 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일은 포기하고 잘하는 일에 특화해 생산하면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

특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의류업체를 생각해 보자. 어느 의류업체에서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을 생산한다. 또 바지 티셔츠 남방 양복 원피스 양말도 생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의류업체가 모든 종류의 의류를 잘 만들기는 어렵다.

현명한 기업가라면 근로자들이 가장 잘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류의 생산에 특화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근로자는 특정 의류를 생산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기업가는 그 의류 생산에 특화된 자본을 구비함으로써 생산을 더욱 증대시킬 수도 있다.

특화와 매우 관계가 깊은 경제 개념으로 ‘분업’이 있다. 분업은 어떤 생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을 여러 단계로 구분하고 각각의 사람에게 특정한 단계의 일을 맡기는 방식이다.

분업은 조립라인 생산 방식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특정 단계를 맡은 근로자는 동일한 일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일을 빨리 완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쉽게 터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진다.

특화와 분업은 또 다른 핵심 경제 개념인 ‘비교우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떤 사람, 기업, 국가가 다른 사람, 기업,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더 적은 기회비용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비교우위라고 한다. 그러므로 비교우위를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전체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는 일이나 분야에 특화해서 일을 한다는 말은 비교우위가 있는 일이나 분야에 특화한다는 말과 같다. 음식 만들기에 비교우위가 있는 사람이 컴퓨터를 수리하는 일에 특화하고, 컴퓨터 수리에 비교우위가 있는 사람이 음식 만드는 일에 특화한다면 생산성은 감소한다.

―한국경제교육학회,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34∼37쪽

이해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우리는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희소성 때문이다. 인심 좋은 정부가 돈을 많이 인쇄해 국민에게 골고루 나누어준다고 하더라도 희소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국민이 돈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더라도 구입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희소성의 문제를 완화하려면 주어진 자원으로 더 많이, 더 빨리, 더 좋게 생산해야 한다. 즉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유사 이래 인류의 공통 과제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는 한마디로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길을 꾸준히 모색해 온 과정이라고도 요약할 수 있다.

오늘날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는 바로 생산성의 차이에 따라 나뉘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생산성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한두 가지의 일에 특화하고 분업하면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더 많이 생산한 뒤에 다른 사람의 물건과 교환하면서 살고 있다. 특화와 분업은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시장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시장이 없는 특화란 상상할 수 없다. 특화와 시장은 상승효과를 낳는다. 더 빠르고 더 효과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시장여건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한결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화나 분업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떤 것을 생산할지 결정하는 일도 생산성 증가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잘못된 업무에 특화하면 오히려 생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가 모든 산업에서 중국보다 생산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모든 상품을 생산하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게 경제 원리다. 예를 들어 중국의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낮지만 반도체 분야는 그 차이가 더욱 크다. 이에 비해서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의 의류 생산성은 반도체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생산하고, 중국은 옷을 생산해 우리나라에 수출한다. 중국이 옷을 한국만큼 잘 만들지 못하더라도 반도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게 비교우위의 원리다.

특화와 분업만으로는 인류의 생산성 증대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도 생산성 증가를 위해 필수적이다.

기업가의 혁신도 필요하다.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 동일한 상품을 더 저렴하고 더 빨리 생산하는 능력,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상품의 판로를 확보하는 것 등을 모두 포괄하는 기업가의 혁신은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한 진 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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