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스피치 개요’ 써서 ‘영상 일기’에 도전!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7분


조리있게 말하기, 따라하면 달라지는 2단계 방법

《말 잘하는 것이 반장 선거에만 도움 되는 건 아니다. 요즘 초등학교에는 토론, 발표 수업이 많아 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국제중, 특목고, 대학 입시에서 거치는 ‘구술면접’ 역시 말 잘하는 아이에게 유리하다. KBS 아나운서 김은성 씨(사진)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말하기 훈련을 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씨 스스로 딸 김예원 양(10)을 포함한 초등학생 21명에게 말하기 훈련을 시켰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기 지도서 ‘어린이를 위한 파워 스피치’를 펴냈다.》

○ 기초훈련: ‘내성 vs 외향’ 성격별 말하기 훈련

가정에서 하는 말하기 훈련은 생활 속 경험들을 매일 아이와 대화를 통해 나눠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초점은 아이들의 성격이 저마다 달라 지도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

내성적인 아이들은 일단 말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말수가 적고 앞에 나가 말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가족이 다 함께 모여도 거실에서 TV만 보는 등 대화가 부족한 가정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무작정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보라고 할 수는 없다. 요즘 아이들은 대개 집, 학교, 학원만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해서 말할 소재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휴일마다 아이와 함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말을 시켜보자. 예를 들어 박물관을 다녀왔다면 집에서 박물관 가는 길을 설명해보라고 하거나, 인상적인 전시품을 꼽고 그에 대한 느낌을 한두 마디 말해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도 새로운 경험을 한 흥분감에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외향적인 아이들에게는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외향적인 아이들은 표현력이 풍부해서 내성적인 아이보다 말을 훨씬 잘하지만, 말이 너무 많아서 산만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두서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왜 그런 거니?”라고 근거를 묻거나, “네가 말한 걸 두세 문장 정도로 짧게 요약해서 말해볼래?”라고 요지를 물어보자. “넌 너무 말이 많아” 하고 중단시키는 건 말하기 훈련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심화훈련: ‘영상일기 쓰기’로 말하기 훈련

성격별 말하기 훈련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영상일기’ 쓰기에 도전해본다. 먼저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적어본다.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요일별로 아이가 했던 일과 그때 받은 느낌이나 기분을 표로 만들어 적어보게 한다. ‘월요일에는(요일) 치과 치료를 받았는데(한 일) 아프고 기분이 나빴다(느낌·기분)’든가 ‘일요일에는(요일) 할머니 댁을 방문했는데(한 일) 반가웠고 자주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느낌·기분)’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적어보게 한다.

다음은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골라 더 자세히 써보는 것. 역시 표를 만들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고 △나의 생각과 느낌은 무엇인지 △배운 점은 무엇인지 등을 항목별로 채워 보게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자신이 경험한 일을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든다.

표로 정리한 내용은 친구에게 말하듯 구어체로 풀어써보게 한다. 표를 글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편하게 말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스피치 개요서’를 써보는 것. 스피치 개요서는 원고에서 꼭 필요한 내용만 A4 용지 반쪽 정도로 정리한 것이다. 기억해야 할 키워드만 말할 순서에 따라 적되 외우기 어려운 숫자, 연도, 사람 이름, 통계 등은 반드시 적어둔다. 스피치 개요서는 영상일기를 쓰다가 생각이 안 날 때 필요한 부분만 살짝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성한다.

마지막 순서는 영상일기를 쓰는 것.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친구나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듯이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캠코더로 찍는 것은 아이의 말하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녹화한 화면을 여러 번 보면서 자녀의 ‘말하기 성적표’(표 참조)를 작성해보자. 발견된 문제점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한다. 한 번 말하는 시간은 최소 5분 이상 되어야 훈련의 효과가 있다.

일기뿐만 아니라 재미있게 본 영화나 책에 대한 감상을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이런 영상들을 차곡차곡 모아두면 나중에 아이의 말하기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