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전과목 공략… 나만의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7분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죠. 서울대 홈페이지에 뜬 합격자 명단에서 제 이름을 확인했을 땐 지난 1년간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펑펑 울었어요.” 2009학년도 대학 입시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한 조아라 씨(19)는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조 씨는 그날 합격 소식을 듣고 펑펑 우느라 가스레인지위에 올려둔 라면이 우동처럼 불어 오르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다. 부모를 설득해 가며 삼수에 도전해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합격한 이응익 씨(21)와 연세대 생화학과에 합격한 이정화 씨(21)의 기쁨 또한 남다르다. 재수를 해서 전년에 비해 성적이 오르고 합격까지 거머쥐는 수험생의 비율은 20%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재수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대입 재도전 성공 3명의 노하우

○학습 계획을 균형 있게 설계하라

조아라 씨와 이정화 씨는 “인문계 수험생 중에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듯이 자연계 학생들은 언어 영역이 최대 약점인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들은 수능 기출문제, 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시도교육청 모의고사 순으로 기출문제를 파고들었다. 외국어 영역의 경우 단어를 외우고 지문을 가능한 한 많이 읽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험 당일 시간에 쫓겨 당황한 경험이 있어 수능 시간에 맞춰 평소 문제 푸는 훈련도 했다.

두 사람은 취약 과목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는 전 과목을 고르게 공부하되 9월부터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사용했다. 이 씨는 “탐구 영역을 6월부터 준비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는데 그러면 도움이 안 된다”며 “재수생활 초반에 교과서 위주로 개념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 있게 공부하기 위해 ‘학습계획표’를 작성했다. 조 씨는 일, 주, 월 단위로 학습량을 정해 공부했고 빠뜨린 부분은 주말을 활용해 보충했다.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은 매일 최소 1시간씩 공부시간을 할애했으며 탐구 영역의 경우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복습하고 넘어갔다.

조 씨는 “수능 공부에 지칠 때면 소설책이나 영자신문, ‘과학동아’ 같은 잡지를 읽은 게 대학별고사에서 도움이 됐다”며 “재수생활은 공부할 시간을 1년 벌었다는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나만의 오답노트로 승부하라

2009학년도 수능 인문계 수리 영역에서 한 문제밖에 틀리지 않았다는 이응익 씨. 고득점 비결은 ‘오답노트 활용’에 있었다. 그는 “처음엔 오답노트를 만드는 데만 1∼2시간이 걸렸을 정도”라며 “친구들이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땐 솔직히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틀린 문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그는 믿었다. 공책을 ‘처음 답안, 정답 풀이, 틀린 이유’로 3등분해 분석했고 문제의 핵심개념을 교과서에서 찾아 일일이 적어넣었다. 1년 동안 빠짐없이 작성한 오답노트를 활용해 수능 직전에 마무리 공부를 쉽게 할 수 있었다.

한편 이정화 씨는 수리와 과탐 영역을 공부할 때 단원별로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특히 과탐의 경우 개념 문제와 새로운 유형 문제로 나눠 이해가 안 되거나 잘 모르는 부분을 꼼꼼히 표시했다. 이 씨는 이런 문제를 일주일 이내에 다시 풀면서 자기 것으로 소화했다. 그 덕분에 3등급이던 수리와 과탐 성적이 1∼2등급씩 올랐다.

○ 하루 생활을 단순화해 몸에 익혀라

재수는 ‘자신과의 긴 싸움’이라고 판단한 조아라 씨. 재수를 시작하면서 생활태도와 공부습관을 완전히 바꿨다. 늦게 자더라도 다음 날은 언제나 오전 6시에 일어났다.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이어지는 학원 강의에 집중했고, 수업이 끝나면 오후 10시까지 혼자 남아 공부했다.

그냥 흘려보내기 쉬운 주말에도 한번도 빠짐없이 학원에 나가 평일과 마찬가지로 공부했다. 수능을 다시 치르기까지 10개월간 쉬고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오로지 공부에 매달린 셈이다. 조 씨는 “주변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하루 생활을 단순화해 공부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응익 씨도 하루 생활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특히 몸의 신체리듬을 수능일과 맞추려 노력했다. 수능이 치러지는 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낮잠도 자지 않았다. TV와 컴퓨터를 멀리했고 휴대전화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장기간 인내심을 발휘하며 혼자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고 판단해 재수 종합학원을 이용했다. 그는 “많은 학생과 생활하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학습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내 꿈을 향한 시간 투자라고 생각하라

“6, 7월이면 재수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속 생겨나요. 체력이 바닥나는 데다 심리적으로 많이 지치기 때문이죠. 미래를 머릿속에 그리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이정화 씨의 목표는 유전자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원이 되는 것. 지치고 힘들 때면 연세대 교정을 거닐었다. 이 씨는 “재수는 단지 실패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내 꿈을 향한 시간 투자라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목표의식이 뚜렷한 사람은 재수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응익 씨는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져 당황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만큼은 꼭 해내야겠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고등학교 때 서울대 경제학과 정운찬 교수의 ‘미시경제이론’을 읽은 뒤 ‘정 교수에게 직접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공부한 지 3년. 서울대 정시전형에 집중하기 위해 수시전형은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 만큼 생각이 확고했다.

치매노인 봉사활동을 하면서 결국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조 씨는 “최종 목표는 수능이므로 모의고사 성적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세 사람 모두 “재수생, 삼수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움츠러들지 말고 고민이 생기면 친구나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라”고 말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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