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2단계공사 침목 15만여 개 전량 교체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방수재 대신 흡수재 사용…제조 → 감리 총체적 부실

침목에 엉뚱한 스펀지 넣어 추위로 물 얼면서 균열 발생

감리 맡았던 철도기술공사, 시공전 불량여부 확인안해

시공 중인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사업에서 발생한 침목 균열 사고는 제품 생산에서 감리까지 모두 제 역할을 못한 총체적 부실의 결정판이다.

부실시공이 드러나지 않은 채 개통이 됐을 경우 열차 탈선 등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았던 상황.

이 때문에 보수·교체에만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침목 생산에서 시공, 감리까지 전 과정에 대한 세밀한 점검과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수재 대신 흡수재 사용=KTX 사업 2단계 구간인 대구∼부산(상·하행선 포함 254.2km)에는 국내 최초로 콘크리트 궤도 공법이 적용됐다.

이 중 지금까지 대구∼경주 구간 96.9km(상·하행선 포함)에 문제가 된 콘크리트 침목 15만3000여 개가 설치된 상태다.

콘크리트 궤도는 침목이 콘크리트로 단단히 고정돼 레일이 틀어지는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사비가 자갈 궤도에 비해 50% 정도 더 들고 유지·보수가 까다롭다. 이 때문에 최초 설치부터 정밀하게 시공해야만 한다.

콘크리트 궤도는 침목과 레일을 대형 볼트로 연결하며, 이 볼트 외벽을 플라스틱 통(매입전)이 감싸고 있다. 플라스틱 통과 볼트 아랫부분 사이의 빈 공간에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방수·발포재 또는 반고체 윤활유인 압축 그리스를 넣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이 공간에 방수·방포재 대신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가 들어간 것이 원인. 최근 추위로 물이 얼면서 부피가 커져 침목에 균열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균열이 생긴 침목은 300여 개지만 15만3000여 개 침목 전부에 흡수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매입전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태.

재시공될 침목이 어느 정도인지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콘크리트 침목 가격은 1개에 약 8만5000원 정도. 따라서 전부 재시공할 경우 130억 원 정도가 더 들게 된다. 여기에 인건비와 침목 제거비용, 공기 연장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 등을 고려하면 최소 수백 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물론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번 사고 때문에 공사기간(내년 12월 개통)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조사 결과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제조에서 감리까지 총체적 부실=침목 설계 회사인 독일 레일원사(社)의 한국 합작회사인 천원레일원은 호남의 한 업체로부터 매입전을 납품받아 침목을 생산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매입전 자체가 불량품으로 제조돼 납품된 것으로 안다”며 “어떤 과정을 통해 불량품이 만들어졌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천원레일원이 설계대로 주문을 했는데도 불량품이 납품됐다면 왜 납품 과정에서 이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지도 의문.

한국철도기술공사의 감리 소홀도 문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시공사가 중요 부품을 쓸 때 감리사가 제품을 미리 확인하는 과정이 있다”며 “감리만 제대로 됐더라도 이런 문제는 시공 전에 발견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기술공사는 침목이 생산되는 과정까지만 감독하고 침목에 들어가는 매입전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삼 합동조사단장은 “매입전 등 침목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제대로 썼는지 정밀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원인 규명과 보수 대책을 제시하려면 약 한 달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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