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자랑보다 지원분야에 대한 열정-적성 보여라”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9분


■ 입학사정관의 입시 조언

“일반적 자랑보다 작품 한건이 어필 지원분야에 대한 열정-적성 보여라”

○ 대한민국 입학사정관은

20, 30대 여성 석사 주류

“재량권 범위 놓고 고민”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의 서류를 살펴보던 인하대 입학사정관들은 한 CD에 주목했다.

IT공과대학에 지원한 S 군이 직접 개발한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이 담긴 CD였다.

인문계 출신인 입학사정관들이 이 CD를 공대 교수에게 보내자 “대학 졸업생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는 평가가 돌아왔다.

S 군은 프로그램을 개발한 과정과 수준 높은 프로그래머들과 교류한 내용을 담은 포트폴리오도 제출했다.

인하대 입학사정관 이주연 씨는 “홈스쿨링을 한 S 군이 원하는 전공 분야에 쏟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잠재력이 합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원 전공에 소질과 애정을 보여라=동아일보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 11개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지원한 분야에 대한 소질과 적성을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학생의 독특한 이력과 열정을 평가하는 것이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취지이기 때문이다.

사정관들이 1년 내내 일선 고교를 찾아다니며 학교와 학생을 평가하는 미국과 달리 아직 우리는 서류와 면접 등을 통해 단기간에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도 부족하고 평가 노하우도 많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정관들은 서류 평가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설문에 응한 사정관 51명 가운데 20명도 서류 배점을 최대로 했다.

지원 서류는 수천 장씩 쌓인다.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자기 자랑보다는 지원 전공에 딱 맞춘 실적을 써내야 한다고 사정관들은 조언한다.

가톨릭대는 지원자가 원하는 경우 중학교 학교생활기록부도 내도록 했다. 그 결과 숨은 보석을 찾았다.

공학부에 지원한 A 군의 고교 학생부는 평범했다. 하지만 중학교 학생부에는 화려한 과학대회 수상 실적, 다양한 과학동아리 활동 내용 등 준비된 과학도의 면모가 담겨 있었던 것.

김수연 가톨릭대 입학사정관 실장은 “A 군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입시 준비 때문에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과학에 열중할 수 없어 아쉬웠다는 점이 잘 드러나 있다”며 “지원 분야에 대한 열정과 소질에 높은 점수를 매긴 것”이라고 말했다.

▽성적도 중요, 재량권이 고민=학생과 학부모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해 갖는 가장 큰 오해는 ‘성적과 상관없이 뭐든 하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사정관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학업 성적도 소질이나 잠재력을 평가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중요한 전형 요소라고 사정관들은 말했다.

양성관 건국대 입학사정관 실장은 “서류 심사에서 학생부 교과 영역을 무시할거라 생각하는 지원자가 많은데 학습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비중 있게 본다”며 “면접 때는 서류에 쓴 내용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이 직접 사실만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정관들은 자신의 주관적인 평가를 얼마나 반영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서도 30명(58.8%)이 ‘재량권 범위 문제’를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정관은 “봉사 내용이 너무 좋은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매겼는데 전형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직 입학사정관 전형이 독자적으로 실시되기보다는 다른 특별전형에 가미되는 경우가 많아서 평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주류는 ‘젊은 여성’=설문조사에 응한 사정관 51명의 경력과 학력 등을 분석한 결과 30대, 여성, 석사학위 소지자가 주류를 이뤘다.

흔히 입학사정관이라면 ‘연륜 있는 중년 남성’을 떠올리는 것과 달리 여성이 36명(71%)으로 훨씬 많았다.

연령도 20대와 30대가 각각 19명(37.3%)과 22명(43.1%)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50대 이상은 없었다.

학력은 석사학위 소지자가 25명(49%)으로 가장 많았고 박사학위 소지자는 16명(31.4%)이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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