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환경보전은 늘 선이고 개발은…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국토의 곳곳 물질적 혜택없이 고단한 삶만 이어진다면

환경보전은 늘 선이고 개발은 늘 악일까?

○ 생각의 시작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많다. 하지만 동일한 대상이라도 사람마다 그것을 느끼는 감정은 모두 다르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국어(상), 이은상의 ‘가고파’]』

이 시에는 고향의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잘 그려져 있다. ‘가고파’의 시인처럼 파란 바다, 물새와 같이 아름다운 고향 산천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 뒤집어 보기

하지만 누구나에게나 고향에 대한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까? 혹시 고향이라면 지긋지긋해 하는 사람은 없을까?

고향에서의 삶이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면, 다른 친구들이 학교 가는 그 시간에도 자신만 고단한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그 사람에게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어린 시절 풍랑에 시달리며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던 아버지를 두었던 사람에게도 바다는 그리움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일 수 있다.

그리움이란 현재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향 산천에 대한 그리움 역시 마찬가지다. 삭막한 도시에 살다 보면 현재의 환경과는 전혀 다른 지난날의 고향산천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반대로 과거가 결핍의 시기였고 현재의 상태에서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과거의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는 과거의 환경이 파괴되는 데서 오는 문제다. 개발과 환경보전 사이에서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난제이기도 하다.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지켜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적 실리만을 추구하면 훼손된 자연을 원래의 상태로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은 어떤 사람에게는 고향이며 삶의 터전이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끔 한 번씩 들러 삶의 고단함을 푸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이 삶의 터전이고 떠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물질적 풍요를 바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을 개발해 물질적 풍요로움을 이전보다 배가(倍加)할 수 있다면 이들에겐 새로 들어선 건물이나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더 큰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환경보호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가해지는 고통일 수도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 한 번 더 뒤집어 보기

그렇다면 환경보전은 불필요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은 누구 한 사람, 한 집단 또는 한 세대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 한쪽(환경보호론자 또는 개발지상주의자)의 생각만이 일방적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아름다운 자연을 두고도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환경보호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물질적 토대 위에서 사회적 차원의 배려와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다.

마구잡이식의 개발 또한 문제지만 개발 반대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연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바람직한 개발과 함께 환경보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유영권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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