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련의장, 점거당일 역할분담-망루 설치 등 현장 지휘”

  • 입력 2009년 1월 24일 02시 56분


검찰이 밝힌 전철련의 개입과 활동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용산 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가 망루를 세우고 점거농성을 하게 된 것에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남경남 의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남 씨가 1994년 창설 이후 줄곧 전철련을 이끌어온 점을 감안하면 전철련의 상습적인 대리 시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남 의장, 옥상 침투-건물 사수조 구성 일일이 지시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과 농성 전과정 기획

검찰 수사 ‘상습 시위대행’ 전반으로 확대 가능성

▽강경투쟁으로 잦은 사고=전철련은 1994년 6월 재개발지역 철거민, 세입자 등 도시 빈민층과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난 해결을 요구하며 결성된 단체다.

이들은 기존 철거민 운동의 주류였던 전국철거민협의회가 대화와 정책 대안 제시 등 타협을 중요시한 것과 달리 ‘선대책, 후철거’ 원칙을 고집하며 강경한 투쟁방식을 내세웠다.

그동안 전철련이 점거농성을 주도한 전국의 재개발지역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가 많았다.

1997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재개발지역에서는 망루(속칭 ‘골리앗’)를 짓고 고공 농성을 하던 중 화재가 일어나 철거민 박순덕 씨가 떨어져 숨졌다.

1999년 6월 경기 수원시 권선지구에서는 경찰과 인근 공사장 인부들에게 쇠파이프 등을 이용해 만든 사제총을 발사해 물의를 빚었다. 2005년 4월 경기 오산시 세교지구 시위에서는 화염병 투척으로 철거용역업체 직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 농성 참가자 24명이 구속됐다.

전철련은 과격한 시위 방식 때문에 철거민 운동단체 사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지역 주민들은 “만족할 만한 보상을 받아주겠다”는 전철련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는 것.

일단 전철련과 연결된 철거민들은 쉽게 관계를 끊지 못한다고 한다. 전철련의 요구에 따라 망루, 시위도구 구입 등을 위해 적게는 1인당 수백만∼수천만 원씩을 갹출하다 보니, 중간에 전철련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제명을 당하면 어려운 형편에 빚만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철련이 개입한 시위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용산 점거농성도 개입 흔적=전철련은 이번 사건에서도 용산 철거민들의 점거농성 준비와 실행을 사실상 지휘하고 주도했다.

검찰은 인천 남구 도화동 도화상공대책위와 이 지역 철거대책위원장이 운영하는 고물상에 23일 수사관 5, 6명을 보내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철련과)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와의 관련성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민들은 16일 전철협 회원 A 씨로부터 망루를 세우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을 했다. 전철련 의장 남 씨는 같은 날 전국 각지의 회원 40여 명과 용산 철거민들을 모아놓고 옥상침투 및 망루 설치조, 건물 사수조, 크레인 사수조 등을 구성하고 전반적인 건물 점거 과정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는 것.

남 씨는 망루를 지을 자재를 들어올릴 크레인이 고장 나 건물 점거에 실패한 18일 오전 시위현장에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습점거 당일인 19일 오전에는 참가자들의 역할 분담을 지시하고 옥상 문을 부수고 망루를 설치하는 과정을 지휘했다.

검찰은 망루 시위 도중 부상을 입고 입원 중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 이모 씨가 처음부터 남 씨와 함께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용산 철거민대책위 간부들이 망루 자재와 시위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6000만 원을 갹출하는 데 전철련이 개입했는지 조사하는 한편 사용처 확인을 위해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

남 씨나 전철련이 점거농성을 통해 보상금을 받아주겠다며 철거민들이 모은 농성 자금 중 일부를 받았거나 사후에 받기로 약속 했다면 알선수재 혐의 등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 이철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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