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 유족의 애끊는 사연들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한 총리, 빈소 조문한승수 국무총리가 21일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으로 순직한 김남훈 경찰특공대 경장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 빈소 조문
한승수 국무총리가 21일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으로 순직한 김남훈 경찰특공대 경장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사 엇갈린 父子… 중상 아들 “아버지는?”

김남훈 경장 아내-어머니 정신잃고 쓰러져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로 숨진 철거민들과 경찰관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과 송파구 가락동 국립경찰병원 장례식장은 21일 하루 종일 유족들의 절규와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남일당 빌딩 맞은편 건물에서 27년간 식당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호프집으로 바꿔 새 출발을 했던 이상림(71) 씨.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되자 막내아들 충연(36) 씨를 따라 망루에 올랐다.

그러나 20일 오전 망루가 불길에 휩싸였고 미처 망루를 빠져나오지 못한 이 씨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충연 씨는 간신히 빠져 나왔지만 유독가스를 마시고 입원해 있어 아직 아버지 소식을 듣지 못했다. 충격받을 것을 우려해 가족들이 비밀로 하고 있는 것.

충연 씨의 부인 정영신(36) 씨는 “남편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버지는 괜찮으시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할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삼부자가 경영하는 일식집을 열겠다는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숨진 양회성(56) 씨의 사연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양 씨는 10여 년 전 영등포구 여의도에 일식집을 개업했다가 1998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문을 닫아야 했다. 절치부심 끝에 3년 전 용산에 복어요리점을 내고 재기를 꿈꾸다가 자신의 업소가 철거 지역에 포함되자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아들 종원(30) 씨는 “아버지가 ‘이번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삼부자가 함께 일식집을 할 테니 요리를 배워 두라’고 말했다”며 “일식 요리를 열심히 배우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압 도중 순직한 경찰특공대 김남훈(31) 경장의 빈소에도 애도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참사 소식에 김 경장의 부인과 어머니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빈소 분위기는 침통했다.

아버지 김권찬(55) 씨는 “남훈이는 임무를 수행하려고 사지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는데 사람들은 경찰이 잘못했다는 얘기만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날은 김 경장 딸(7)의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 링거 주사를 맞고 겨우 정신을 차린 김 경장의 부인은 딸을 데리고 예비소집에 다녀온 뒤 다시 쓰러졌다.

한 동료 경관은 “김 경장이 평소에도 딸이 ‘귀엽다’며 자랑하곤 했는데, 학교 가는 첫날을 함께하지 못해 하늘에서도 안타까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경장을 1계급 특진(경사)시키고 녹조훈장을 추서했다.

유족 “허락 안받고 부검하다니”

희생자 이성수(50) 씨의 부인 권모 씨는 “우리가 부검을 반대했는데도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끝까지 진실을 밝혀 낼 것”이라고 밝혔다.

희생자 유족과 전국철거민연합, 일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순천향대병원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매일 오후 7시 추모 촛불집회를 열고 23, 31일에는 범국민추모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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