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회 ‘연공서열 승진’ 깨진다

  • 입력 2009년 1월 18일 20시 53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주 교수 승진에 필요한 기간에 대한 지침을 폐지하면서 교수 사회에도 일반 기업에 버금가는 치열한 승진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연공서열에 따라 안정적으로 승진하고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는 관행 때문에 '철밥통'이라는 세간의 부러움을 샀던 교수 사회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18일 '고속 승진·조기 정년보장 제도'를 발표하며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지금까지는 전임강사로 2년, 조교수로 4년, 부교수로 5년 이상을 근무해야만 다음 단계로 승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대는 저명한 국제저널에 논문을 일정 편수 이상 게재하면 기존 소요 연한의 절반만 근무해도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정교수가 되려면 적어도 11년 이상 근무해야 했던 것이 최소 5년 반 이상으로 줄어든 것.

테뉴어(정년 보장)에 필요한 기준도 새로 만들었다. 전임강사라도 우수한 국제저널 논문 게재 편수를 충족하면 정년이 보장되도록 했다.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교무처장은 "승진과 정년보장 기준이 매우 높아서 교수의 10~20% 정도만 이를 충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봉 상승과 학계의 신뢰 등 메리트가 커서 교수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는 다른 대학에도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인사 자율권을 막는다'는 이유로 교과부에 근무소요연수 지침을 폐지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교수를 처음 임용할 때만 직급을 부여할 권한이 있고 이후부터는 결정권이 없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능력 있는 소장파 교수에게 연봉이나 호봉을 높여주고 싶어도 근무 연수 제한이 이를 가로 막는다는 것.

K대 교무처 관계자는 "경력이 쌓이면 저절로 승진하고 정교수가 되면 대개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연륜이 쌓일수록 연구를 멀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외국처럼 승진을 철저히 연구 성과에 연동하는 인사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카이스트와 서울대 등은 테뉴어 심사를 강화해 정교수라도 정년을 보장하지 않거나 조교수라도 정년을 보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근무 연한을 떠난 승진 제도가 확산되면 '기간제 정교수'와 '테뉴어 전임강사'가 공존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민간 기업처럼 젊은 학장이나 젊은 명예교수가 등장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교과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교원 운용에 대한 규제를 대폭 폐지하면서 대학마다 교수 경쟁을 독려하는 인사 제도를 앞 다퉈 도입하려 하고 있다"며 "연공서열이 강한 교수사회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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