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창의적인 교육현장 만들자

  • 입력 2009년 1월 16일 06시 14분


교사로 사는 길을 흔히들 평탄하게 생각하지만 교사로 살면서 겪는 어려움과 가슴앓이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나 수시로 신문 지면에 오르내리는 교사 관련 기사를 보면 이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사와 학교장을 지낸 필자는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을 태우며, 가끔은 교사와 관련 없는 기사이길 바라는 서글픔도 갖는다.

사실 요즘의 교육현장을 보면 교육자로서 해야 할 일을 눈 비비며 찾아 소신 있게 펼치기보다 대세에 따라가야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인천의 Y고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학교 교장과 학생, 학부모들은 좀 더 좋은 면학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강화된 학칙을 만들었다. 두발 단속에 걸리면 벌점 5점,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점 등등….

총 50점의 벌점을 받으면 스스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등의 강도 높은 학칙을 세웠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의 동의로 제정된 학칙에 따른 벌점제가 도마에 올랐다. 일부 학부모가 반대했고 여기에 시민단체가 가세해 반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장은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합의에 의해 학칙을 만들고도 일부 학부모와 외부단체 압력으로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것이다.

학교 경영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학교장이 지도성을 발휘하는 데 역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묻고 싶다.

학교 교육의 질적 관리에 있어서 어떤 학생을 기를 것인가에 주력할 수 있기보다는 외부적인 여론에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학교 경영자가 교육을 통해 어떤 인물을 길러내야 하는지를 생각하기보다 상부 기관의 뜻이 무엇인지 감을 잘 잡아야 하는 분위기가 요즘 교육현장에 팽배해 있다. 윗선의 기분을 맞춰 외부 기관과 마찰 없이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 경영에서 학생들에 대한 지나친 안전 추구, 그리고 창의적인 학교 운영 없이 2,3년만 무리 없이 보낸다는 ‘보신관리’가 팽배한 학교 현장.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창공을 높게 모험적으로 날 수 있는 갈매기를 길러내기보다 그저 안전하게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새가 되도록 강요하는 것이 요즘의 교육현장 풍토이다.

2009년에는 학교가 외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율적이면서 소신 있게 교육을 펼치는 현장이 되길 기대한다.

김실 인천시교육위원 41silkim@hanmail.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