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조권에 발목 잡힌 ‘랜드마크 아파트’

  • 입력 2009년 1월 2일 02시 59분


서울 서초구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23∼32층·왼쪽)와 반포 자이 아파트(23∼28층)의 마무리 공사 현장. 주변의 저층 아파트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이들 아파트 건설사를 상대로 일조권 침해에 따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잇달아 배상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 서초구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23∼32층·왼쪽)와 반포 자이 아파트(23∼28층)의 마무리 공사 현장. 주변의 저층 아파트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이들 아파트 건설사를 상대로 일조권 침해에 따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잇달아 배상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전국 최고 분양가 아파트로 지난해 3월 청약을 시작한 서울 성동구 뚝섬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한화 갤러리아 포레.

서울숲이 내려다보인다는 장점을 무기로 분양가가 3.3m²(1평)당 최고 4605만 원이다. 가장 넓은 377m²형 펜트하우스 분양 가격이 52억5200만 원에 이른다.

성동구의 랜드마크 아파트로 높이 46층, 2개 동으로 지어지는 이 아파트는 최근 인근 주민들이 낸 일조권 소송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성수동 일대 21가구 주민들이 “초고층 아파트에 가려 일조권이 침해받을 것으로 예상돼 집값이 떨어졌다”며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동부지법에 낸 것.

법원은 고심 끝에 조정을 권유했고 양측은 각자 감정인을 지정해 가구별 집값 하락 금액을 적어 냈다. 법원은 양측 감정인이 제출한 평균금액의 125%를 배상해 주는 조정안을 냈고 양측은 지난달 23일 합의에 이르렀다. 총배상금액은 4억9600여만 원.

서울시가 구별로 초고층 랜드마크 아파트 신축을 잇달아 허가하면서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일조권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 수십억 원대 일조권 분쟁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2단지 재건축으로 올해 7월 입주 예정인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2444채).

지난해 11월 주변 신반포, 반포경남 등 174가구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 중재로 16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조정이 성립됐지만 인근 주민들의 추가 소송도 예상되고 있다. 2007년에도 반포푸르지오 주민들이 공사금지 가처분소송으로 42억90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받았다.

래미안퍼스티지와 함께 서초동 랜드마크 아파트로 지난달 입주가 시작된 반포주공 3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 자이(3410채).

인근 신반포, 잠원동아, 현대훼밀리 등 150가구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해 10월 주민들에게 22억여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시행사와 시공사 측은 곧바로 배상금을 가지급했지만 주민들은 배상액이 너무 적다며 법원에 항소를 제기해 법적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 일조권 검토 없이 건축 허가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강동구 ‘천호동 텍사스촌’ 일대에 최고 40층 높이의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동안 강동구 최대 낙후지역으로 꼽히던 이 일대는 2005년 천호뉴타운 개발기본계획 승인 후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 등으로 계획안이 보류되는 등 답보 상태를 겪기도 했다. 그중 일조권 문제는 가장 큰 쟁점으로 향후 사업 진행에 변수로 남아 있다.

일조권은 조망권에 비해 법적 보호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울시가 일조권 등 환경권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건축허가를 내주고 일조권의 기준 자체가 부족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큰 편이다

일조권 분쟁을 맡고 있는 김종문 변호사는 “입주자들의 일조권 등 환경권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졌다”며 “서울시나 건설사들이 신축 건물 이웃 주민들의 피해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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