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KOREA” 엘리트 귀화자 는다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연고없는 ‘순수귀화’신청 3년 연속 100명 넘어

글로벌 인재유치 활기… 눌러앉는 사례 많아져

결혼이민자도 OECD국 출신 6년새 2000명 ↑

러시아 출신의 물리·응용수학자 블라디미르 사벨리예프(54) 박사는 올해 한국인이 됐다. 한국인 귀화시험에서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에 붙었다. 1999년 국내에 들어온 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한양대 전기정보통신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러시아보다 연구 환경이 좋아서 귀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인이 된 김명국(38) 씨도 중국 대학에서 축산학과를 전공한 뒤 서울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학력 엘리트 외국인이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무부의 ‘귀화자 현황’에 따르면 2000∼2008년 11월 말까지 ‘귀화적격심사’를 통과한 일반귀화자는 510명.

일반귀화 신청이 1998년 29건에 불과했으나 2006∼2008년 3년 연속 100건을 넘었다. 일반귀화는 결혼(간이귀화)이나 동포·국적재취득(특별귀화) 등과 달리 혈연으로 특별한 연고가 없음에도 한국이 좋아서 귀화하는 순수 귀화 사례다.

우리나라를 뺀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출신의 국내 결혼이민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1년 6871명에서 지난해 8921명으로 증가했다.

미국 출신 결혼이민자는 1335명(2006년), 1436명(2007년), 1533명(올해 10월 말 현재)으로 증가 추세다. 캐나다 출신 결혼이민자는 2001년 60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715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일반귀화자의 조건은 5년 이상 국내에 주소가 있고 귀화적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내에 일반귀화로 국적을 얻는 외국인들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전문직 종사자로 사벨리예프 박사처럼 국내에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눌러앉는 형식이다.

최근 정부가 글로벌 인재 유치 정책을 펴면서 외국 두뇌에 대한 비자 발급이 쉬워졌기 때문에 영주비자 등의 형태로 체류하다 국적을 바꾸는 사례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초기 일반귀화자의 형태인 종교 관련 귀화자는 점차 사라지는 대신 스포츠선수 출신이 국내에서 정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세르비아 출신 공격수 라돈치치(25)는 지난달 한국으로의 귀화를 선언했다. 라돈치치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K리그에서는 2000년 신의손, 2003년 이성남, 2004년 이싸빅에 이어 네 번째 귀화선수가 된다.

박화서 명지대 산업대학원 이민학과 교수는 “민족과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글로벌 인재가 자신의 국적을 바꾸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