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선 ‘따구다’로 ‘망유람’도 하네요”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24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한겨레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탈북 청소년들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제공 KTF
24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한겨레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탈북 청소년들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제공 KTF
탈북 고교생들 대상 휴대전화 사용법 등 ‘실용교육’ 인기

한 달 전 한국에 들어온 탈북 청소년 황지선(가명·18) 양은 재외국인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다.

지난해 5월 탈북한 뒤 중국을 거쳐 입국한 황 양은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한겨레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원불교 계열 전인학원이 2006년 3월 설립한 이 학교는 한국에 첫발을 디딘 탈북 청소년들이 일반 학교 진학이나 사회 진출을 앞두고 적응 교육을 받는 곳이다.

황 양은 “서울에 있는 치의대에 가고 싶다”며 “앞으로 한국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해야 할 텐데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긴장된다.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교사들은 “상당수 학생이 학력 격차와 적응 실패로 중간에 포기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고 전했다.

24일 오전 이 학교의 컴퓨터실에서 황 양은 17∼20세 탈북 여학생 7명과 함께 휴대전화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생경한 용어가 많아 휴대전화 사용법을 배우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북한에서는 휴대전화를 ‘따구다’ 손전화라고 부르고 인터넷 검색을 ‘망유람’이라고 한다죠. 남한에서는 휴대전화 없이는 불편한 일이 많아요.”

이 수업은 이동통신업체인 KTF 사회공헌팀과 이 회사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인 모바일퓨처리스트 소속 가소연(21·성신여대 3학년) 씨 등 대학생 4명이 진행했다.

1시간 30분가량 휴대전화 구입하기, 요금납부 방법, 국제전화 거는 방법 등을 설명한 뒤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통화를 하는 체험을 도왔다. 특히 요금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이 학교의 컴퓨터 담당교사인 김진철 씨는 “학교를 나간 청소년들이 주민등록증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사용법을 잘 몰라서 수십만 원의 요금을 무는 등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에서 상처를 입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일을 없애기 위해 KTF와 함께 교재를 만들어 올 9월부터 매월 한 차례 휴대전화 교육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십만원 요금 등 낭패도

이 학교에는 휴대전화 교육 외에도 법원, 과학관, 일반 학교를 방문하거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체험 수업, 컴퓨터를 배우는 등의 실용적인 수업이 많다. 한국사회에 빨리 적응하려는 학생들은 적응에 도움이 되는 이런 수업에 더 집중한다는 것.

휴대전화 교육을 받던 최경혜(가명·20) 씨는 “한국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많이 배우고 많이 익혀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면서도 “한국에서는 영어단어를 넣은 어려운 말을 너무 많이 써 중국에서 중국어를 익히며 적응할 때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말했다.

안성=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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