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생태계 보물창고’… 우포늪 2배규모 습지 장관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 경기 연천-파주 비무장지대 55년만에 첫 민관합동조사

두루미-어름치-묵납자루-삵 등 희귀종 13종 서식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 안가 ‘자연의 평화 그 자체’

지뢰 널려 있어 좁은 수색로 통해서만 조사 아쉬워



민관합동조사단이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본격적인 생태계 조사에 나선 것은 휴전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매우 훌륭한 생태계가 DMZ 내부에 보존돼 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농경지였던 땅이 국내 최대 내륙 자연습지로 탈바꿈했고 멸종위기종 1급인 두루미가 발견되는 등 현장조사 결과 다양한 생태계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국내 최대 내륙 자연습지 발견

조사단은 경기 연천평야 지역에서 450만 m²(추정) 규모의 습지를 발견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과거 마을과 농경지였던 연천평야 일대가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자연습지로 변했다. 국내 최대 내륙 습지로 알려진 경남 창녕 우포늪(231만 m²)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조사단은 남북의 군에서 경계 감시 구역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수십 년간 계속해 온 화공(火攻)작전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 등의 영향으로 오랜 기간 생물학적인 과정을 거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 사람 접근 의식하지 않아

이번 조사에서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올라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비롯해 독수리, 참매, 말똥가리, 묵납자루, 삵, 늦반딧불이 등 13종의 희귀종 및 법정보호종을 발견했다.

두루미는 강원 철원평야에 200여 마리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연천평야를 비롯해 경기 파주 대성저수지 등에서 50여 마리가 관측돼 DMZ 서부지역 일대에서도 광범하게 서식하고 있는 것이 처음 확인됐다.

또 조사단은 파주 대성저수지 일대에서 재두루미 10여 마리를 포함한 철새 7000여 마리를 관찰했다.

인간과 접촉이 없었던 이 지역의 동물은 인간을 의식하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척추동물과장은 “삵이 꿩을 잡기 위해 매복하다 조사단이 다가갈 때까지도 의식하지 않았고, 두루미도 10여 m까지 접근해도 날아가지 않았다”며 “사람의 위협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적인 경쟁관계 이외에는 의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선 곰, 표범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DMZ 동부지역과는 달리 구릉지인 파주와 연천 일대에는 대형 포유류가 많이 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야생 호랑이 6마리를 산에 풀어 보호한다는 연천군의 계획은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널린 지뢰는 조사에 장애물

계절적 요인으로 이번엔 육상 곤충류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말벌 등 곤충류의 상위 포식자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 곤충류가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단은 보고 있다.

또 지뢰가 널려 있는 DMZ의 특성상 한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좁은 폭의 수색로를 벗어나 조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연천=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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