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삼천포여중 2년 홍지연 양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농구스타 꿈 접고 공부 ‘슛’… 반 20등 → 학년 8등 → 5등 → 3등

“성적은 노력에 비례한다” 공 던질 때처럼 반복 또 반복

경남 사천시 삼천포여자중학교 2학년 홍지연(사진) 양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적의 승부사’로 통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농구선수로 활동하며 평균 60점대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홍 양이 중학교 입학 후 ‘공부’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면서 약 1년 만에 ‘상위권’ 학생으로 변신했기 때문.

홍 양의 성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득점 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링을 향해 농구공을 던지는 것처럼 공부도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뒤였다.

○ 꿈을 잃고 방황하다

홍 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또래보다 키가 크다는 이유로 농구를 시작했다. 학교 수업을 제외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에 쏟아 부었던 홍 양은 대한민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가 되는 게 꿈이었다.

운동이 인생의 제 1순위가 되다 보니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다. 시험 하루 전날 한두 시간 문제집을 푸는 ‘벼락치기’가 전부였다. 성적이 제대로 나올 리 없었다. 그래도 홍 양의 관심은 오로지 ‘최고의 포워드’가 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홍 양은 더 자라지 않는 키 때문에 농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됐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꿈을 잃고 방황하던 홍 양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뒤늦게 알파벳과 발음기호를 배우기 시작했다.

○ 1학년: 공부의 깨달음을 얻다

홍 양은 중학교 1학년 학기 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부라고는 중학교 입학 전 두 달 동안 영어의 걸음마를 뗀 게 전부다 보니 기초가 부족해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중학생이 된 이후 치른 첫 중간고사 성적은 반 35명 중 20등. 공부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관심이 없다 보니 1년간 성적엔 아무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홍 양은 영어단어를 암기하면서 서서히 공부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온라인 학습프로그램을 통해 단어 하나도 말하고 듣고 읽고 쓰면서 10번 이상 반복하자 교과서 본문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

홍 양은 공부도 운동처럼 노력한 만큼 실력이 쌓인다는 걸 확인한 뒤부터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1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매일 170개의 단어를 암기한 홍 양은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약 1년 만에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 어휘를 공부하는 수준까지 실력을 쌓았다.

○ 2학년: 목표를 향해 점수를 쏘다

영어로 공부의 ‘맛’을 알게 된 홍 양이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건 2학년 1학기 초 ‘검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기고부터다.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생기니 실력을 쌓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기 시작했다.

홍 양은 지난 1학년 생활을 뒤돌아보며 구체적인 학습 계획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느꼈다. 홍 양은 먼저 목표를 구체적으로 적어 책상 앞에 붙였다. 반, 전교 등수는 물론 각 과목 목표점수와 평균 점수를 적고 공부한 내용을 확인해 줄 친구도 정했다.

매일 아침엔 학습 계획표를 세웠다. 공부할 과목과 단원의 목차, 풀 문제의 개수까지 꼼꼼히 기록했다. 취약과목인 수학과 좋아하는 영어는 매일 공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하루 한 과목씩 완벽히 끝낸다는 마음으로 주요과목 중 하나를 선택해 시간표를 짰다.

다른 학생보다 기초가 부족하다고 느낀 홍 양은 한 달 전부터 시험에 대비했다. 시험 3, 4주 전엔 교과서와 자습서를 5번 이상 읽으며 내용을 익히고 개념정리를 하는 ‘준비 단계’로 삼았다.

취약과목인 수학은 매일 한 시간씩 학원 수업을 듣고, 한 시간 동안 중요 개념을 노트에 정리하며 복습을 했다. 개념 정리가 끝난 후에는 반드시 친구에게 설명하듯 암기한 내용을 말해보면서 확인했다.

‘기본→응용→심화단계’ 순으로 하루 100∼300개의 문제를 풀고 반복해서 틀리는 문제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20개 이상 다시 풀며 실수가 없을 때까지 공부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학교 교사에게 찾아가 물었다.

사회·과학은 수업시간 집중력과 노트필기가 관건이었다. 암기할 양이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확하게 이해해야 시간을 절약하며 공부할 수 있기 때문.

홍 양은 수업시간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담당 교사와 눈을 맞추는 방법을 활용했다. 홍 양은 “눈이 마주칠 때까지 선생님의 눈을 계속 주시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며 “이해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모르는 부분은 표시해 놓는 등 수업시간에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해다.

노트 정리에도 신경 썼다. 찾고자 하는 내용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어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양은 어려운 용어는 동그라미를, 중요한 개념은 파란색 펜으로 네모를 치고 같은 색으로 설명을 적었다. 중요한 내용은 빨간색 펜으로 정리하고 담당 교사가 강조한 부분은 별표 등으로 눈에 띄게 표시해 놓았다.

국어와 영어는 교과서와 자습서를 10번 이상 정독하며 중요 내용을 암기한 뒤 친구에게 설명하며 다시 한 번 정리를 했다. 주말엔 예체능 과목과 주중에 끝내지 못한 공부를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시험 2주 전부터는 ‘실전 대비’ 기간이다. 학교 기출문제와 문제집을 풀며 두꺼운 노트 한 권에 전 과목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오답노트엔 틀린 문제에 대한 해설, 주요 개념, 푸는 방법 등을 다시 한 번 쓰면서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총정리했다. 시험 직전엔 오답노트만 확인하면 됐다.

이런 학습방법을 꾸준히 실천한 홍 양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18등, 기말고사 5등, 2학기 중간고사 3등으로 꾸준히 성적을 올렸다.

홍 양은 “노력에 따라 변하는 성적을 확인하고 나자 ‘공부’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며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기 보단 좋아하는 과목 하나만이라도 성적을 올리겠다는 각오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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