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반가운 손님 vs 귀찮은 흉조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7시 08분


울산 찾는 까마귀떼 놓고 환경단체-시민 엇갈린 반응

“매년 울산을 찾는 까마귀 떼는 지역 생태환경이 양호함을 보여주는 반가운 손님.”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 우려와 주민들에게 끼치는 피해 때문에 골칫거리.”

매년 이달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울산을 찾는 겨울철새인 까마귀 떼를 놓고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까마귀야, 안녕!’이라는 환영행사를 23일 연다. 또 까마귀가 가장 많이 몰려드는 다음 달에도 까마귀의 생태와 태화강의 환경을 주제로 한 생태환경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울산시도 까마귀의 색깔이 검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 않도록 환경단체와 연계해 ‘까마귀 생태교실’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까마귀가 애물단지. 수만 마리의 까마귀가 몰려드는 중구 다운동과 태화동, 남구 무거동 일대 주택가에는 도로와 차량 지붕 위에 까마귀 배설물과 깃털이 가득 떨어져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주민 김모(46) 씨는 “겨울철만 되면 집 주위로 몰려드는 까마귀 떼 때문에 빨래를 바깥에 널지 못하고 있으며 해질녘에 까마귀가 내는 음산한 소리 때문에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말했다.

축산농가도 가축이 까마귀 떼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11월부터는 방사하지 않고 있으며 사육장과 사료 저장고에 그물을 설치해 까마귀 떼 접근을 막고 있다.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는 11월부터 긴급방역상황실을 설치하고 까마귀의 배설물을 채취하는 등 AI 감염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울산에 까마귀 떼가 처음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시베리아 등지에 사는 까마귀 떼는 그동안 제주도 등에서 겨울을 보냈으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울산으로 월동지를 옮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역을 찾는 까마귀의 90%가량은 농경지 등에서 낙곡과 해충, 풀씨 등을 먹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라며 “동물의 시체를 먹어 흉조(凶鳥)로 알려진 큰부리까마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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