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ENGLISH 책으로만 하니? ‘성격 맞춤형 공부’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8분


기질에 맞는 방법으로 실력 향상 네 학생

《서울 장충초등학교 4학년 유문정 양. 유 양은 2학년 여름 무렵부터 시작한 영어 뮤지컬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2학년 초 읽기 중심의 영어학원에 다닐 땐 몇 달이 지나도 알파벳을 외는 정도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뮤지컬을 시작하고 나선 1년 반 만에 교내 ‘영어영재교육’ 대상자로 선발될 만큼 실력이 향상된 것이다. 유 양은 “‘왕과 나’ 대본은 100번도 넘게 읽었다”며 “여자 주인공 애니의 ‘That’s why I whistle(두려울 때마다 휘파람을 불어요)’이란 대사가 가장 인상에 남아요”라고 말했다. 유 양의 영어실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유 양의 어머니는 성격에 딱 맞게 영어공부법을 바꿔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연예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유 양에게 책상머리에 앉아 책을 읽고 단어의 스펠링을 맞히는 영어공부법은 통하지 않았던 것. 유 양의 어머니는 “영어 자체를 즐기고 좋아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 성격별 맞춤 공부법 따로 있다!

타고난 성격과 기질에 맞는 방법으로 공부했을 때 학습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특히 영어는 어순, 어휘 등 우리말과 공통점이 적은 언어이기 때문에 흥미를 잃고 중도에 포기하기 쉬운 과목이다. 흥미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실력을 쌓기 위해선 성격에 딱 맞는 학습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데이비드 커시는 성격을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행동형’, 둘째 계획적이고 꼼꼼한 ‘규범형’, 셋째 논리적이고 수준 높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영재형’, 넷째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성적인 ‘예술가형’이다.

행동형이 단어를 영어로 설명하고 맞히는 ‘스피드 게임’으로 어휘를 익힌다면 규범형은 책을 읽다 발견한 새로운 단어를 단어장에 정리하며 공부하는 식으로 선호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

중학교 3학년 교과서 수준의 텍스트를 읽고 고등학교 필수 어휘를 공부하는 단계까지 실력을 쌓은 서울 광남초 6학년 권성현 군. 하지만 내성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한 권 군이 이렇게 실력을 쌓기까지는 ‘맹모삼천지교’식 시행착오가 있었다. 권 군의 어머니는 진도에 부담 없이 즐겁게 영어공부를 하라는 의미에서 말하기 위주의 회화학원에 권 군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 명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진행되는 수업은 말수가 적고 혼자 공부하길 좋아하는 권 군에겐 맞지 않았다.

권 군은 다시 두 살 터울의 형이 다니는 유명 어학원에 등록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활달하고 말을 잘하는 형과 달리 소극적인 권 군은 1년이 지나도록 어떤 학습효과도 보지 못했다.

권 군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많아 몰라도 질문할 수 없고 너무 쉬운 것만 반복하는 것이 싫다”는 권 군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은 뒤 혼자 공부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 수 있는 온라인 학습프로그램을 시작하게 했다.

엄마의 예상은 적중했다. 권 군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각 영역을 마음대로 골라 공부할 수 있고 자기 수준에 맞게 학습 난도를 조절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영어 삼매경에 빠졌다. 오전 두 시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정도로 열성이다. 권 군의 어머니는 “이제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기 바쁘다”며 “길고 복잡한 문장도 귀에 쏙쏙 들린다는 아들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 숨어있는 ‘영어의 끼’를 찾아라

성격별 맞춤공부법은 영어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 숨어있는 ‘영어의 끼’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말보다 글로 표현하기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전서현(5) 양. 하지만 영어 연극에서만큼은 영화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감정을 살려 대사연습을 하고 까다로운 발음도 억양까지 정확히 살려 말한다.

전 양이 숨은 끼를 찾아내고 발전시킬 수 있기까지는 엄마 조지영(33·서울 양천구 목1동) 씨의 역할이 컸다. 조 씨는 전 양의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자신 있게 입을 열 수 있도록 ‘실력 쌓기’와 ‘자신감 기르기’를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조 씨는 전 양에게 하루 5∼10권의 책을 읽도록 했다. 다양한 책을 보여주기보단 좋아하는 책 10여 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보게 했다. 책에 딸린 테이프와 동요 CD를 수시로 틀어주며 큰 소리로 따라하는 연습도 빼놓지 않았다.

입에서 자연스럽게 문장이 나올 정도로 영어를 익혔을 땐 영어 만화를 보며 주인공의 발음과 억양을 똑같이 따라하는 ‘흉내 내기’ 훈련을 시작했다. 조 씨는 전 양이 발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자 원어민 교사와 함께 10명 안팎의 또래 아이들이 함께 수업하는 영어 유치원으로 환경을 바꿔 주었다.

조 씨는 “아이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글을 깨치듯 서두르지 않고 쌓은 실력이 결국 스피킹 실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맞춤공부법으로 실력을 갈고 닦아 ‘재능’으로 키우는 사례도 있다.

국제영어대회(IET) 전국 초등부 대상, 한국외국어대 주최 영어경시대회 전국 초등부 금상…. 청심국제중 2학년 이소영 양의 논술대회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이 양의 글재주는 모두 표지가 닳을 때까지 읽고 또 읽은 책 덕분이다.

이 양은 네 살 때부터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같은 내용의 오디오북을 구입해 계속 읽고 들었다. 책에서 배운 단어로 문장을 만들고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을 ‘놀이’처럼 즐겼다. 지금까지 읽은 책만 1000여 권,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권을 스무 번도 넘게 읽었다. 이 양은 “책은 글 실력을 키워준 스승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만권 연우심리연구소 소장은 “아이들은 성격에 맞게 지도했을 때 더 큰 능력을 발휘한다”며 “성격은 한 가지 유형으로 뚜렷하게 규정지어 설명할 수 없으므로 검사나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자녀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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