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無業者’ 95만명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일자리 찾는 실업자 보다 2배 넘게 많아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사는 김모(30) 씨는 2005년 대학을 졸업한 뒤 회사 두 곳에서 3개월씩 근무했다.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김 씨는 여태까지 뚜렷한 계획 없이 살고 있다. 지난해 3월 ‘허송세월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주위의 지적이 듣기 싫어 모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한 학기만 다니다가 다시 휴학을 하고 현재까지 ‘무직’ 상태다.

김 씨는 “인생 전체를 생각할 때 직장을 찾기는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떤 회사에 어떻게 취업할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취업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지 내가 어떤 일에 맞는지, 내가 과연 들어가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한 뚜렷한 의지도 없다. 바늘구멍같이 좁은 구직의 꿈을 포기한 젊은이들이다. 국내엔 김 씨처럼 꿈을 잃어버린 젊은이가 100만 명 가까이 된다.

이른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다. 니트족은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조차 받지 않는 15∼34세의 젊은층으로 실업자와 달리 일자리를 구할 의욕이 없기 때문에 ‘청년 무업자(無業者)’로 불린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1주일간 주된 활동이 ‘쉬었음’인 사람과 미혼으로 가사, 발령 대기, 입대 대기, 결혼 준비 중인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바탕으로 2003∼2007년 청년 무업자의 생활 실태를 조사했다. 국내 청년 무업자의 생활 실태를 본격적으로 파헤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청년 무업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15∼34세 전체 인구 1475만9193명 가운데 청년 무업자는 95만1851명(6.9%)에 이른다. 실업자의 2배가 넘는다.

청년 무업자는 2003년 83만5151명에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8만6039명에서 40만6025명으로 오히려 감소한 반면 주된 활동이 ‘쉬었음’인 사람은 29만256명에서 33만9887명으로 증가했다.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가 ‘그냥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바뀐 것이다.

니트족은 1998년 영국의 의무교육을 마친 16∼18세 젊은이 가운데서 9%에 해당하는 16만 명이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아 국민이 큰 충격을 받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니트라는 말도 이때 처음 생겼다.

일본도 2004년 니트족이 85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에 경악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 니트족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과 과잉 학력 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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